근대를 만들 때에 중세를 부정하기 위해서 고대를 긍정하고 계승한 것과 같은 일이 근대를 극복하고 다음 시대를 이룩하기 위해 다시 필요해 중세를 긍정하고 계승합니다. 그것이 발전이 순환이고 순환이 발전인 이치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고대의 재현도, 중세의 재현도 아닌 새로운 시대의 창조입닏아.
중세에는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신 앞에서 평등하고, 알라를 믿으면 다 형제라는 중세보편주의가 민족의 경계를 넘어 문명권 전체에 널리 통용되었습니다. 문명권끼리는 심각한 충돌이 있었으나 문명권 내부에서는 동일한 가치관을 누구나 받아들였습니다. 기독교의 신교와 구교의 싸움은 중세 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문명권 전체의 동일한 가치관은 민족주의 시대인 근대에 이르러 파괴되었습니다. 보편주의를 문명권의 범위를 넘어선 인류 전체의 것으로 확대해 계승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입니다. 문명권의 차이, 민족문화의 다양성을 모두 인정하고 포괄하는 새로운 보편주의를 마련해야 합니다.
각문명권은 중세에 이룩한 보편종교의 유산을 새롭게 활용하면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동아시아는 유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나무라지 말고, 유교의 긍정적인 의의를 어떻게 발현해야 할 것인가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다움의 근거에 관한 유교의 이치 특히 신의에 관한 믿음을 버리고 중국, 한국, 일본, 월남인이 다시 화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의 보편주의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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