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추제협입니다.
저번에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답해 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충고 명심하겠습니다.
또 하나 질문을 드려도 괜찮으신지요? 선생님의 답을 확인하다 다른 글을 보니 계몽사상과 기철학의 관계에 대한 것이 있더군요. 저 또한 몹시 관심 가는 부분이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가 궁금한데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을 통해 질문을 할 수 있기에 대신 기철학에 대해 평소에 한 번 여쭤보고 싶었던 것을 이 기회에 할까 합니다.
선생님의 국문학의 원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기철학적 전통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는 생극론의 전개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선생님께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서경덕, 임성주, 최한기의 기철학이 매우 다른 역사적 상황에 근거하는 것인데 이를 같은 시각에서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문학이 그러하듯 철학 또한 그 사상이 가지는 역사적 맥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이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역사적 전개 속에 존재했고(이를테면 임성주는 인물성동이론, 인심도심론에 기반하고 있어 기철학으로 볼 수 없고 최한기는 전통 사상과 외래 사상의 접맥 지대에 놓여있다고 보아 엄격히 말해 기철학라기보다 기학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그러한 가운데 형성된 사상이었다면 그 사이에 사상적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이들을 기철학적 틀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이러한 전제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들이 언급하고 있는 기가 과연 같은 기인가 하는 점입니다. 논리의 전개가 유사하다고 그 철학적 개념이 가진 함의 또한 같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지요?(가령, 임성주가 주장한 "氣一分殊"의 언급이 최한기에서 재확인된다고 했지만 그런 만큼 또한 매우 큰 편폭을 가지지는 않는지요?)
이러한 의문은 철학 방면에서 간간이 지적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실학자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에게도 기 개념의 차이는 같은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점 또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알맹이 없는 말을 너무 장황하게 한 것 같습니다. 저번에 답해 주신 데 용기를 얻어 조금 더 힘을 내 봅니다. 그리고 앞서 다른 분이 이런 질문을 하시지 않으셨는지? 제가 다시 묻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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