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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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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 사기극에 대한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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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문의 사명'을 읽고 있는 경영학도입니다. 작년에 교수님의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도 수강했었습니다. 어제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일생에서 첨으로 방법물신주의에서 깨어났습니다. 저는 현란한 방법론 논쟁에 감탄한 불쌍한 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갈길이 바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한 학문은 방법론이 영미의 실증주의든 수학주의든 거기에 대해서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고 교수님들도 방법에 대해 오래 논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의 기말리포트에서 소설의 사회사비교론 중 에스카르피의 방법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것은 엄밀하지 않다고 어쩌구 썼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보니 왜 제 레포트가 A+++ 이나 A++이 아니고 A+만 나왔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아래의 구절은 의문입니다. 경제학에서 고전파-케인지언-신고전파-네오케인지언 등의 등장은 대공황이나 석유파동 등의 사실에 연유된 것인데 어찌 교수님께선 방법을 무너뜨릴 사실의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하시는지요. 거기엔 분명히 미시경제학의 방법을 거시경제학에 갖다 (고전파류) 쓸거냐 그 둘은 다른거냐(케인지언류)에 관한 방법론 싸움이 부착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정책적 결론을 도출합니다. 자연학문이라고 사실이 지시하는 이론적 결론이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게 명백한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사실 때문에 이론이 다시 역전되는 사태도 있습니다. 이론투쟁은 계속 진행중입니다. 지금의 노말싸이언스가 내일의 노말싸이언스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뉴튼 역학도 그랬습니다. 보일샤를의 법칙에서 얻는 통계곡선과 사회통계학에서 얻어지는 통계곡선의 성격이 다른 것도 아닙니다. 기체 부피가 온도의 3승에 비례하는지 3.1승에 비례하는지 2.7 승에 비례하는지는 어차피 근사치일뿐입니다. 사회과학 대신에 사회학문이라고 하자는 견해에 동감합니다. 독일에서 인문학문(Geisteswissenshaft)은 존 스튜어트 밀이 귀납논리를 moral science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때 처음으로 moral science를 번역했던 말이라고 들었습니다. (가다머:진리와 방법) 과학적으로 후진인 독일에서 나왔던 열등감의 표현이 Geisteswissenshft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과학에 대한 열등감 부재의 표현이 인문학문이라고 할 수 있고 사회학문은 당연히 그러한 표현을 써서 마땅합니다. 이공계몰락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틈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속된 표현으로 이공계 사고가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경제학,법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옆 나라들의 과학에 대한 열등감이 대단했지만 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때는 한참 과학의 대두가 세계사적 사건이었고 지금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독일이 Geisteswissenshft란 말을 만들어 놓고 뒤로는 화학실험실을 많이 져서 뒤늦게 과학계에 큰 업적을 많이 내놓았던 것과 대비됩니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연유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왜 네오케인지언이나 신고전파의 방법을 여기 이러저러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아니면 제3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논증하는 문제가 아닌지요. (이러한 논증은 엄밀해야 하고 방법물신주의랑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콜금리를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미리 얘기하고 올려야 하나 갑자기 내려야 하나 등과 같은 매우 중대한 문제를 다루게 되는데 사회학문 하시는 분들이 그저 자체방어 때문에 방법론을 논한다면 어떻게 그런 분들에게 여기저기서 고문이나 한국은행장 같은 중요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상 질문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253.p “유독 사회학문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문에는 다루는 대상과 동떨어진 방법의 아성을 구축하고서, 공개토론을 거부하고 자체 방어를 적절하게 하려고 하는 사기 수단이 있다. 그러나 자연학문이나 인문학문에서는 사실의 증거 때문에 이미 이룩한 방법의 아성이 무너지고,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극적인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자연학문에서는 관측하거나 실험한 결과가 방법을 무너뜨리는 사실의 증거를 제공한다. 문헌고증을 통해서 전개하는 인문학문의 작업에서도 없던 자료가 나타나거나 해독하지 못하던 자료를 해독하면 기존의 방법이 무너진다. 사회학문은 그렇지 않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회현상을 다루는 사회학문에서는 방법을 무너뜨릴 사실의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 사실 때문에 방법이 무너지는 극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실의 증거는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어느 한 방향으로 모아지지 않는다. 통계나 조사에서 얻은 자료 때문에 방법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방법은 안심하고 자기 방어의 논리를 전개한다. 방법구성의 근거가 사실에 있다고 하지 않고, 방법론에 있다고 해야 한다. 그래서 방법론 치중의 학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인식을 위해 봉사해야 할 방법론이 사실 인식을 방해하는 불행이 모든 학문에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학문은 그 정도가 다른 학문에서보다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학문의 실험이나 인문학문의 문헌고증 같은 것이 사회학문에는 사용되지 않아 사실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말한 바입니다. 사회학문은 방법론 자체를 연구의 대상이나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들어야 하겠습니다, 한국의 사회학문은 남들의 방법론을 수입해 소개하는 데 골몰하고 있어 방법론 치중의 경향이 한층 심해지고, 방법론 숭앙의 폐단이 두드러졌습니다. 방법론 물신주의라고 할 풍조가 생겼습니다. 그런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증거에 의한 방법론 수정과 철학적 원리 반성에 의한 방법론 재창조가 요망됩니다. 어느 학문에서든지 두 가지 대책이 함께 필요합니다. 사회학문의 경우에는 뒤의 대책이 더욱 긴요한데, 철학을 부정하는 것이 사회학문의 할 일인듯이 여기는 것이 문제입니다. 방법론의 근거가 되는 철학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과 탐구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학문의 어느 분야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학문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철학의 근거를 새롭게 갖춘 거대이론을 만드는 데 힘써야 난관을 타개할 수 있습니다. IP Address : 211.187.9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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