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역작을 내시고 강연과 연구활동에 정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건강을 기원하오며, 개인적으로 도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딜레마가 있어 선생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질문드립니다.
과연 편집자가 저자의 글을 대할 때 어느 선까지 손을 보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를 놓고 고민한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저자나 번역한 분들의 원고가 철저하게 완성되어 제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보여서요. 한국 출판 시장과 여러 출판 풍토의 문제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편집자는 어느 선까지 저자의 원고에 손을 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어로 쓴 원고인데도 주술 관계가 맞지 않아 문맥이 혼란스럽고 논점이 불분명한 원고도 많고, 특히 번역 원고의 경우 여러 차례 번역을 한 역자인데도 어떤 이유에선지 급하게 한 흔적도 보이고 편집자로 하여금 많은 사전이나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바로잡도록 버거운 짐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이나 완전히 틀린 문장을 고치는 정도만 바로잡아 약간의 혼란스런 문맥 등은 저자나 역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옳은 태도일지, 아니면 저자나 역자가 끝까지 책임지리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여 편집자가 바로잡는 노력을 감행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오히려 일을 할수록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오랜 세월 문학연구와 글쓰기를 통해 통찰을 갖고 계신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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