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 글을 쓰려면 이름을 밝히고, 자기 소개를 하고, 한글 맞춤법과 언어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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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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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영화 오아시스에 관해 묻는 455 번 질문 이제야 대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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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성실히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 '오아시스'를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둠에서 밝음으로, 헤어짐에서 만남으로, 상실에서 회복으로 나아가, 우리 예술의 전통을 살렸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의 처리에 의문이 갑니다. 즉, 설경구와 문소리의 만남의 과정, 자신의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어느 한량이 몰래 문을 따고 들어가서 신체장애인의 의사를 전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벌인 성접촉, 일단 첫 만남이 명백한 '강간'입니다. 물론 전후맥락을 무시한 채, 원칙적 도덕주의의 잣대로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과정입니다. 영화의 팜플렛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사랑! 해보셨습니까? >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문구로 기억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일상적으로 인스턴트 식품처럼 범람하는 사랑을 넘어서서, 전혀 다른 색깔의, 기존통념을 깨는 익숙치 않은 차원의 접근을 통해 도리어 사랑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랑아닌 약자에 대한 성적 폭력을 첫 만남으로 설정해 놓았다면, 그 이후의 진행과정속에서 그러한 비정상성을 뛰어넘는 또 다른 진실된 사랑의 충격과 울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불행히도 전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인 문소리는 자신을 어떤 방식이 되었건, 처음으로 인간으로 대해준 대상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자의 절박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상 중요한 것은 설경구의 내면 심리입니다. 그는 우선 소위 정상인(물론 사회적으론 변두리 사람일 수 있지만)이고, 남들이 가지지 않는 감정을 바로 '그 장애인'에게 남달리 부어주고 있다는 상황의 특별성 때문입니다. 그 특별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즉, 비정상이라고 보는 사회적 편견을 갈아엎어 감동시킬 수 있는 요인이 어디에선가 지속적으로 형상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나뭇가지를 자르는 장면이 강렬한 영상으로 돌출되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러한 강렬함은 그 장면 하나만으로 설명되어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청계고가에서의 장면도 그 장면의 일탈성과 인상성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그 밑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봅니다. 장애인인 문소리를 만나가는 과정에서 설경구의 처음과 마지막의 심적 상태, 바로 사랑의 감정에 대한 보다 깊은 연출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저 사랑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사랑이란 깊은 감정이 그냥 생겨나서 그렇게 된거다' 라고 말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장애인이 정상인이 되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 역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상상한 바를 정상인의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갑자기 너무 쉽게 맥이 풀려버리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보기는 편하고 좋으나, 전체적 흐름으로 보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전체적 영화 속에서 어렵게 잘 연기해낸 장애인의 모습 그대로를 살리면서 그러한 느낌을 내부적으로 표현해 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장애인의 일반인과 다른 표현적 제약, 그 점을 오히려 반어적으로 살려내어 전혀 다른 차원의 표현방식을 고민해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진실한 사랑은 분명 내적으로 준비된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힘이 각 대상의 상태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불쑥 솟아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소 설명력이 떨어지는 인물간의 무리한 설정이 우려를 불식하고, 영화속에서 과연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예술적 미를 확보했는지 의문이 갑니다. 우선 발하는 마음에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지만, 제가 봐도 아직 표현이 부족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도 사실 저도 혼돈이 됩니다. 돌아보니 조야한 질문에 머무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제가 본질을 보지 못하고 피상적 이해에 머무른 것이라면 깨우쳐 주십시오. 교수님의 생각을 좀더 깊게 듣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IP Address : 211.49.20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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