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가 스피노자에 대해서 쓴 다음 두 책을 읽고 논평한 말이 <<세계ㆍ지방화시대의 한국학 9 학자의 생애>>(계명대학교출판부, 2009), 230-231면에 있습니다.
(De 1) Gilles Deleuze, Spinoza et le problème de l'expression, Paris: Les Édition de Minuit, 1968
(De 2) Gilles Deleuze, Spinoza philosophie pratique, Paris: Les Édition de Minuit, 2003
들뢰즈(Gilles Deleuze)는 스피노자에 관한 책을 둘 썼다.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에서는 스피노자가 표현(expression)에 관해 새로운 개념 정립한 것을 철학의 사명은 개념 정립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고찰했다. 표현이 신, 세계, 신이나 세계에 관한 생각에 적용되고, “있다, 알다, 움직이다”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고 한 것이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적인 의의라고 결론을 맺었다. (De 1, 299면)
들롸즈가 내놓은 다음 저서 <<스피노자, 실용적인 철학>>는 글 모음이다. 마지막의 <스피노자와 우리>(Spinoza et nous)에서 끝으로 한 말이 특히 중요하다. 스피노자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하고, 사상 전체와 부분들의 결합을 찾아 체계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는 돌보지 않고 이런 저런 부분을 빨리 지나가기도 하고 머물러 살피기도 하면서 좋은 대로 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사용하는 뒤의 방법이 스피노자의 이해와 계승에서 더 큰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 (De 2, 174면)
후계자들을 잘 만난 것이 스피노자에게 커다란 행운이다... 동아시아의 王夫之, 安藤昌益, 崔漢綺 등은 후진의 잘못으로 과거에 감금되어 있고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사상 전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다가 역부족임을 드러내는 연구나 거듭하고, 핵심적인 의의를 가진 공적을 찾아내 재창조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최한기를 고금학문 합동작전의 상대역으로 삼은 나의 시도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있다.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자기 나름대로 읽어 이용하듯이 들뢰즈를 써먹으면 조금은 도움이 되고, 숭앙하고 매달리기나 하면 소득이 없습니다. 우리가 읽어 이용할 더욱 긴요한 유산이 가까이 많이 있는데 제대로 이용하지 않아 가난을 자초하면서 멀리 가서 들뢰즈부터 찾는 것은 학문을 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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