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좋은 질문을 만나 반갑습니다.
<경설> 같은 작품은 서사적 교술입니다. 두 등장인물의 대화는 허구로 설정된 서사이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관점의 상대성에 관한 주장이라는 작품외적 세계입니다.
서사적 교술에 몽유록이나 가전체도 있습니다.
서사적 교술을 서사로도 볼 수 있고, 서사와 교술의 중간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판단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이론의 일관성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서사적"이라는 관형사는 이차적인 특징. "교술"이라는 명사는 소속을 말한다고 하는 것이 내가 택한 이론입니다. 서사적 교술을 서사로 보면 갈래는 수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사적 교술은 서사와 교술의 중간물이라고 보면, 중간물이 너무 많아져 갈래 구분을 하나마나합니다.
<사미인곡> 같은 서정적 가사, <운수 좋은 날> 같은 극적 소설, 정치적 주제가 강한 교술적 희곡의 여러 작품을 두고도 같은 같은 논의를 펼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일관되게 처리하는 일반이론이 있어야 하므로 관형사는 이차적 특징을, 명사는 갈래 소속을 나타내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밤 같은 낮, 겨울 같은 가을, 바다 같은 호수, 여자 같은 남자.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기본 원리를 문학 갈래에 적용해 내 이론을 이룩했습니다.
다른 이론을 일관성 있게 마련하고, 문학의 현상 특히 문학사의 전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깊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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