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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일

	[re] 4.27 판문점 선언

나는 통일 후의 국호를 '우리나라'라고 하자고 주장합니다.'우리나라가'가 어떤 좋은 나라여야 하는가에 관해 중지를 모으는 토론이 있어야 합니다. 6월 28일 부산에서 <한국의 시대가 오는가>라는 강연을 하면서 이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강연 원고를 여기 올릴 것입니다. 그 한 대목을 미리 보입니다. 우리의 시대가 오는데, 통일을 이룩해 우리나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이고 겹친 행운인가? 아니다. 우리 시대가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열량으로 통일을 이룩하고 통일된 나라를 잘 만들 수 있다. 통일된 나라를 잘 만들면 우리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분명하게 하고 그 성과를 넉넉하게 누릴 수 있다. 우리의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잘 하면 오고 잘못 하면 오다가 간다. 우리 시대가 오다가 가면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나라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차질을 빚어낸다. 통일이 되면 우리도 강대국이 된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월남보다도 작은 나라가 강대국일 수는 없다. 강대국은 좋은 나라가 아니고, 밖으로 해악을 끼치고 안으로는 비뚤어지기 쉽다. 우리는 강대국이 아니어서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시대가 올 수 있고,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도, 적절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일본 추종이다. 일본이 하는 전례를 따르면 일본처럼 되지도 못하고 같이 망한다. 일본인은 시키는 대로 하고, 작은 일에 집착한다. 우리는 아무리 다그쳐도 일본인처럼 될 수 없다. 일본과 다른 길로 나아가야 희망이 있다. 우리는 대들기를 좋아하고 큰소리를 잘 친다. 이것은 망조가 아니고 흥기의 비결이다. 대들기를 좋아하면서 큰소리를 잘 치니 싸움이 잦다. 싸움을 잘 하면 상극이 상생인 토론이 된다. 큰소리를 치려면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통찰을 갖추어야 한다. 일본과는 판이하게 철학 토론에 열을 올리는 것을 다시 장기로 삼아야 우리의 시대가 온다. 우리 철학과 일본 경제가 경합하다가 일본 경제가 이겨 일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제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보다 앞서 우리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생활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경제의 의의는 줄어들고, 경제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 인류를 위해 널리 도움이 되는 철학이 한층 소중하게 되어 우리의 시대가 온다. 철학의 빈곤한 일본인은 서양을 추종하는 자기네가 으뜸이라는 국수주의자인 양면성이 당착된 줄 모른다. 일본과 국수주의 경쟁을 해서 우리 역사는 중국보다도 더 오래 되고, 우리 민족이 가장 우수하다고 하면,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발상이 잘못 되어 일본과 함께 망한다. 영문도 모르고 동반자살을 하는 결과에 이른다.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면서 동아시아인이기를 바라고, 동아시아문명을 민족문화의 저력과 결합해 새롭게 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문명권의 동지 일본ㆍ중국ㆍ월남인과 지혜를 합쳐, 세계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제를 두고 유럽문명권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의 시대가 온다. 우리의 시대는 우리만의 시대가 아니고, 동아시아의 시대여야 한다. 위와 같이 말하면 공상을 한다고 하고, 타당하다는 증거가 있는가 하고 나무랄 수 있다. 내가 하는 학문이 명백한 증거이다. 앞에서 소개한 발표에 덧붙여 말한다. 나는 조상 전래의 장기를 발휘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 학문을 앞서서 한다. 相生이 相克이고 상극이 상생인 生克論의 철학에 입각해 커다란 문제를 다루는 연구를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이미 낸 저서가 많지만,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한다. 민족문화의 오랜 활력인 논쟁의 신명풀이를 동아시아문명의 정수와 합쳐 다시 하는 작업을 지난 시기보다 더욱 수준 높고 풍부하게 해서 세계를 움직여야 한다. 치열한 논란을 거쳐 보편주의 사고형태를 재정립하는 철학에 장기가 있는 것을 알고 노력을 집중해서 하고, 生克論 활용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것을 기본전략으로 삼아 교육을 바로잡고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벌이는 거대한 토론에 중국이 다양한 문화 체험을, 일본이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의 장기를 가지고 참여해, 유럽문명권의 주도를 넘어서는 다음 시대의 설계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시대가 온다. 우리의 시대는 우리가 홀로 잘 나가는 시대가 아니고, 동아시아가 일제히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데 우리가 적극 기여하는 시대여야 한다. 우리의 시대가 오게 하고, 와서 잘 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단점 고치기는 대책이 아니다. 일본과 다른 것은 단점이니 고쳐야 한다고 하면 일본을 추종하기나 한다. 앞질러 가려면 지름길을 찾아야 한다. 지름길은 오직 장점 살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에게 없는 우리 장점을 살려야 일본인보다 앞설 수 있다. 일본에는 없는 우리 장점이 무엇이냐?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치의 근본을 따져 철학을 하는 열기, 논쟁으로 하는 신명풀이, 치열한 논란을 거쳐 보편주의 사고형태를 재정립하는 철학이 우리의 장점이다. 철학이란 총체로 이해한 모든 것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이다. 통찰을 할 수 있는 사고의 능력이다. 논쟁하면서 싸우는 상극에서 사고를 비약하는 상생의 성과를 산출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이고, 철학을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이런 일을 일본에서는 하지 않는다. 일본 학문은 정밀한 현미경인 것이 자랑이고, 망원경은 아니다. 우리는 현미경이 정밀하지 못한 대신에 망원경 학문을 한다. 우리도 현미경이 정밀해야 한다는 것은 단점 고치기이다. 우리는 일본에는 없는 망원경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은 장점 살리기이다. 일본에는 없는 철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장점 살기기 망원경 학문이다. 우리는 철학을 해온 내력이 일본과 다르다. 천지만물의 원리나 사람의 도리를 두고 치열한 논란을 계속해서 했다. 그 유산을 제대로 정리한 철학사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자. 철학 전공자들이 직무를 유기해도 다른 쪽에서 나서서 할 일을 한다. 나는 생극론을 이어받아 서양의 변증법을 넘어서는 철학으로 삼고,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논란을 벌인다. IP Address : 118.217.7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