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 글을 쓰려면 이름을 밝히고, 자기 소개를 하고, 한글 맞춤법과 언어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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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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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시, 시가 안 되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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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초등학생들 시를 지도하며 교사들끼리 시란 무엇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이기도 합니다. 시 에 대한 학문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란은 못하지만 늘 문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선생님의 글 "이인로와 이규보의 시론에서 문제된 심과 물"을 읽으며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형식 중심의 교과서 동시론>과 <내용 중심의 이오덕 동시론>을 이 해하는 이론적 바탕을 발견했습니다. 생활과 감동과 창조는 없고 형식과 꾸밈과 모방만 있는 교과서 동시에 맞서서 싸워온 초등 학교 교사 이오덕은, 마치 소동파를 본받아 과거 합격 방이 붙고 나면 올해도 또 30명의 동 파가 나왔구나 하던 그 당시 독창적 시쓰기로 반론을 제기했던 이규보에 견줄 수 있다고 생 각합니다. 이오덕과 그의 뜻에 공감하는 일단의 교사들에 의해 한국글쓰기연구회가 활발하게 활동하 고 있는데도, 일선 초등학교 현장은 이오덕류의 글쓰기 이론과 실천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내는 교지, 문집, 골마루에 걸린 시화판에 실려있는 시들은 여전히 생활 감동 창조가 없는 교과서 동시를 모방한 시들 일색입니다. 저는 편의상 교과서 동시들을 생산하는 이론을 <글짓기 학파>에서 한다고 보고 그에 대응 하는 이오덕류의 이론을 <글쓰기 학파>에서 낸 것이라고 명명하여 쓰고 있습니다. 글짓기 학파에서 나온 동시와 글쓰기 학파에서 나온 시들을 보여드리고, 시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 습니다. 1) 내 동생(5학년 여) 내 동생은 내 동생은 욕심꾸러기 지우개도 장남감도 빼앗으니까. 내 동생은 내 동생은 장난꾸러기 사이좋게 친구들과 놀 때면 언제든지 찾아와서 방해하니까. 내 동생은 내 동생은 잠꾸러기 학교 갈 때 제일 늦게 일어나 학교 가니까 2)내 동생(4학년 남) 내 동생 지희는 거의 일년 동안 목이 아파 왔다. 병원에 가도 안되어서 엄마하고 같이 태백 기도원에 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하고 내하고 둘이 밥해 먹고 있다. 나는 밥을 먹다가도 동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오늘도 반찬은 김치, 멸치, 이 두 가지로 먹는다. 아버지는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밥을 지으면 하루 동안 먹어야 한다. 밥이 모자라면 저녁에는 굶든지 사 먹는다. 나는 엄마의 반찬 솜씨와 밥을 먹어 봤으면 좋겠다. 동생과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같이 타며 즐겁게 놀고 싶다. 나는 엄마하고 동생하고 같이 살고 싶다. 1)은 글짓기 학파의 동시이고 2)는 글쓰기 학파의 시입니다. 저는 1)의 동시를 천하게 생각 하고 2)의 시를 귀하게 여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2)를 시라고 생각하지 않습 니다. 학문적 규정에 의하여 2)가 시가 되는 원리를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3)도토리들(2-1 읽기책) 오종종 매달린 도토리들 바람에 우르르 떨어진다. 머리가 깨지려면 어쩌려고 모자를 벗고서 내려오나. 날마다 우르르 도토리들 눈을 꼭 감고서 떨어진다. 아기네 동무와 놀고 싶어 무섬도 안 타고 내려온다. 제가 이 시를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이 동시를 쓴 사람은 도토리들을 관찰도 하고 상상도 하여 마치 사람처럼 재미있게 나타냈지. 여러분들도 도토리를 직접 관찰하고 시를 써 보도록 하세요. 이 사람이 쓴 동시를 흉내내면 안됩니다."하고 나서 그 뒤 우리 반 아이 가 다음과 같은 시를 써왔습니다. 4)도토리(구영초등 2년 박서영) 도토리야 너도 우리처럼 춥지 않겠구나. 집이 있으니까. 난 경주 불국사 석굴암에 가서 오다가 너가 집에 꼭 끼여 있는 거를 봤어. 나는 참 놀랬어 너에게 집이 있다는 걸 어떤 건 잘 안 빼지는 게 있고, 아예 안 빼지는 것도 있더라 또, 집 없이 떨어진 것도 있고. 나는 널 주워 왔어 그때 너가 떨어졌나봐 어떤 건 깨진 것도 있어 도톨아, 널 관찰해 보니 색깔이 다르게 생긴 것이 있어 또, 발로 밟아서 그 안을 보니까 땅콩 같이 되어 있었어 노란 얼굴이 좀 이상하던데 좀 노란 얼굴 말고 고동색 얼굴이 제일 귀여워 그럼 도톨아, 주워와서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내 방을 좀 꾸며줘 또, 널 씹어 보니까 맛이 너무 없더라 노란 모자를 쓴 도토리야, 좀 심한 말을 해도 참아 줘 저는 교과서에 나온 동시 3)보다 이 시가 도토리를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도토리와 대화 를 나누는 어린이의 동심이 더 잘 나타나서 이 시가 더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 들이 4)번 이 시를 시가 아니라고 합니다. 시란 무엇인가 학문적 규정에 의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까? 세계의 자아화를 실현하였기 때문에 시가 될 수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지만 상대 방을 공감시키기에 부족합니다. IP Address : 61.75.2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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