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마가복음 7:24-30에 귀신 들린 딸을 둔 '헬라인'이면서 '수로보니게 족속'인 여자가 예수에게 와서 자기 딸을 고쳐달라고 하자, 예수는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여자는,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라고 응수합니다.
이 여자는 당시에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사마리아 사람들보다 더 멸시를 받던 사람이었고, 이 일이 일어난 곳은 '두로'라는 항구도시였습니다. 항구도시의 최하층에 속한 여자, 귀신 들린 딸이 있고, 여러 이민족의 피가 섞인 부정한 여자는 이 도시에서 '개들'이라고 혹은 개들의 여성형인 '개년들'이라고 불렸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예수가 이 여자와 그 딸을 '개들'이라고 칭하고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예수의 말을 승인하고 자기의 말을 이어서 하는 것은 시정의 말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예수가 왜 굳이 이렇게 '개들'이라고 했을까?
오래 전에 읽었던 선생님의 <<문학연구방법>>에서 미적 범주 가운데 '골계' 그 가운데 '해학인 골계'(우아가 가미된 골계)의 경우가 바로 이 장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고 찾아보았습니다.
골계는 경화된 관념의 구속을 거부하고 삶의 발랄한 모습을 긍정하려는 각성이며, 이 각성은 아주 쉽사리 뜻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문학연구방법>> 179쪽)
마가복음에 이 이야기 앞 7:1-23에는 예수와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과의 논쟁이 실려 있습니다. 이 고상한 정통 유대인과 이 이방인 여자는 극단적으로 대조되고 있고, 그 중심에 예수가 있습니다.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는 대립되는 두 인물(character)을 대조시키면서 예수가 왜 이 여자에게 '개들'이라고 부르면서 응대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꽉 막히고 경화된 저 고상한 이들의 허위의식(이것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을 무너뜨리는 길은 곧 '해학인 골계'라고 말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해석이 서구의 이론으로만 해석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이 '해학인 골계'가 아니면 예수의 이 말씀과 태도는 서구의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 제가 혹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지 듣고 싶어서 글을 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 본문을 해석하고 풀이한 것을 참고로 붙여둡니다. (http://cafe.daum.net/YumgokEk/gUyK/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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