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추수론자들과 결별하겠다는 선생님의 결연한 의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굳이 사족을 단다면 진정한 생극론을 지향한다면 선생님의 입장 저편에 있는 상대에 대해서도 치열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는 서구적 보편주의에 영합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데, 그러한 주관적 불신을 선생님의 객관적인 답변으로서 바로잡고자 했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작업은 그 대답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학문적 깊이가 얕은 저로서는 선생님의 분명한 태도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의 의문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 해결해야 될 몫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과 인생>12월호에 '내 인생의 책 한권'이라는 코너에서 선생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로맹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읽고, '자기편을 옹호하는데 그치는 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보편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세계주의'를 보았지만 '롤랑이 생각한 세계는 기것 유럽일 따름이'라고 하면서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 때문에 생긴 세계사의 갈등은 문제삼지 못했으므로, 우리가 다시 해야 할 큰 과업이 남아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과업을 저 같은 학부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가 참으로 답답한 것입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손쉽게 답을 구할려고 하는것은 아닙니다. 막막함에서 오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의 막연한 질문을 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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