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 글을 쓰려면 이름을 밝히고, 자기 소개를 하고, 한글 맞춤법과 언어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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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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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세워 개발하자면 마을사람 당신앙 무시해도 되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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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 냇물이 흘러야 적절했다. 장항마을은 뒤로는 덕두봉이 받쳐주었다. 앞으로는 비교적 큰 내를 이루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덕두봉을 지리산 할아버지라 불렀다. 이 산을 중심으로 지리산이 형성되었다는 믿음이 있었다. 냇가에는 암반이 여기저기 깔려있었다. 그 암반 가운데 내력 있는 바위가 셋이었다. 이름 있는 바위는 마을을 기준으로 모두 위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나는 아기바위였다. 이 바위는 애를 배지 못한 아낙네 소원을 들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애 낳는 소원이 있는 아낙네는 바위와 멀찍이 떨어져 서야 했다. 이어서 아낙네는 손에 쥘만한 돌을 주어 돌멩이를 던졌다. 끝으로 날아간 돌멩이가 아기바위 위에 반드시 얹혀야 했다. 그런데 이 주술성을 지닌 신앙을 부정하는 시대를 사는 덕분에 후손들은 이 아기바위 신앙을 버리고 말았다. 버림받은 아기바위는 지금 풀숲에 가려져 있었다. 짙게 드리워진 풀숲 그늘에서 벗어나 미신(彌信)을 미신(迷信)으로 다룬 후손과 헤어지고 미신(迷信)을 미신(美神)으로 여긴 후손을 만나 제 빛을 쏟아낼 날이 맞을지 의문이었다. 이 마을 토박이는 아기 생성을 돕던 아기바위 쓰임새를 되살려 사람과 다른 사물의 상생 관계를 회복하자는 자기 각성도 함께 잃었다. 다른 하나는 각시바위였다. 각시바위는 칙간바위이기도 했다. 이 바위 덕분에 홍수가 나더라도 물이 흘러 넘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바위가 집채만해야 했다. 그러나 바위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바위내력이 믿기지 않았다. 세월을 풍파를 견뎌내면서 몸집을 줄이지 않았을까 헤아릴 수 있었다. 끝으로 삼선대라는 바위가 있었다. 삼선대는 마당바위이기도 했다. 세 신선이 이 바위에서 바둑을 두며 소일한 내력을 담고 있었다. 그 증거물로 삼선대 위에 바둑판 만한 바위 세 개가 얹혀있었다. 지리산 산신령이 풍류를 즐길만한 바위를 두었으니 마을 자랑거리로 여길 일이었다. 장항마을 좌우로 바랑골과 살강골이 있었다. 바랑골로 드나드는 바람은 넉넉했고 살강골로 살짝 언 강물이 있는 모양이었다. 바랑골의 풍(風)과 살강골의 수(水)를 합치니 예사사람이 붙인 이름이기는 하나 예사롭지 않은 선인(先人)의 풍모를 엿볼 수 있었다. 장항마을은 예전에는 노루목이라 불렀다. 마을 뒷산에 살던 노루가 많았던 모양이다. 마을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있었다. 하루는 노루 한 마리가 먹일 구할 양으로 내려서려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버티고 있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마을에서 마을 앞 산세를 보고 호랑이를 닮았다고 여기고 마을 앞산에서 마을 산세를 보고 주저앉은 노루를 닮았다고 여기면 이치에 걸맞은 이름이었다. 그러나 마을 당산신 호랑이 노여움을 살만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도시 사람들이 호랑이 머리를 허물고 그 자리에 콘도를 짓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하자 마을은 술렁였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논 끝에 일흔 살이 넘은 당산제 제주 노릇을 도맡은 최경순 할아버지는 이장 정인철 씨를 앞세워 공사장으로 향했다. 두 분이 돌아와 각기 전한 말투는 달랐으나 내용은 한 가지였다. " 시세에 따라야제 워칙허겄는가. 정월 대보름날 치르던 당산제도 시방은 정월 초이튿날로 당겨 행하잖여. 고거는 대보름날 이전에 궂은 일이 많기 때문이지만 서두. 웃당산님두 너그러이 이해 허실 것이구먼. 세세허니 일러줄 순 없어두 법 절차상 하자가 웂다는디 워칙허겄는가. 우리가 물러섬세. 대신 가운데당산 허구 아랫당산은 특별히 장을 봐서 골고루 푸짐허니 대접허먼 안 되겄는가? 아, 글믄 당산께서 우리덜 정성 굽어보시구 오곡두 풍성허니 거둬들이구 가축두 번창시켜 주시덜 앉겄느냔 말이여. 정성이 중요헌 거 아니겄는가? " 쉰 목소리에 생기를 잃은 당산제 제주의 말이었다. 제주 눈시울은 이미 붉어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청렴하고 인덕을 갖춘 노인네를 둘러싸고 진중하게 듣고 있었다. 그들은 평소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는 홀아비 최경순 할아버지를 신뢰하고 있었다. " 득이 되았으믄 되았제 손실은 없다넌 말이사 믿을 것이 다 못 되제마는 행정상 적법인데다 절차 볿을 건 다 볿았다는디 더 이상 헐 말이 없드구만요. 민원으로다가 따지더래두 진작에 했어야 혔는디 쪼깐 늦었다 싶더구만요. 안타까운 일이제만 콘도 세우는 일을 막기는 이미 글러분거 같아 참으로 죄송시럽습니다. 글고 봉께 흥부마을 조성사업 껀꺼정 입이 열 개래두 헐말이 없씹니다." 말을 마친 마을 이장 정인철씨는 고개를 조아리고 말았다. 마을 어르신들 앞에 참으로 면목이 없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그 모습을 보고 위로했다. "아 고거이 자네 잘못이겄는가. 너무 상심마소. 음지가 양지되는 벱잉게로. 기둘려보세." 이장의 뒷말은 흥부마을 후보지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한 말이었다. 후보지는 아연면 동면 성산면이 거론되었다. 장항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징검다리를 증거로 내세웠다. 놀부가 벼락부자 된 흥부네 집에서 화초장을 빼앗아 오는 대목이 있었다. 놀부는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화초장 이름을 잊어버렸다. 화초장타령을 부르면서 건너는 징검다리가 이 마을의 징검다리라 했다. 그런데 관청은 비석이 발견된 아연면을 유력한 후보지로 선정해서 흥부마을 지정 노력은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실은 진작부터 징검다리를 증거물로 내세운 일을 두고 장항마을 사람들 대다수는 수긍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 근디, 이장님. 오늘 낮에 젊은 사람덜이 우루루 몰려다니는디 먼 일다요. 이곳저곳 기웃거림서 사진기를 눌러대고 녹음기를 들이대고 하던지 혹시 워디 방송국에서 온 사람들잉감요? " 송이버섯을 채취하고 돌아온 채운기가 호기심 어른 물음이었다. " 말씸 안직 안 드렸구만요. 쩌그 거 머 머시냐. 워디 대학교서 온 학상들인디 옛날이야기며 옛날 노래를 듣고자 해서 왔다고 허던디요. 아랫말 이장 말이 세세허지넌 못해서 저두 잘 모르것구만요. " 이장 말이 끝나자 최경순 할아버지가 말을 보탰다. " 나두 그 학상덜하고 인터뷰를 했구먼. 거 머시냐 학술답사럴 온 거이라고 허두구만. 우리 할멈이랑 함께 붙들어매구 막걸리 대접험서 우리 마을 내력을 일러달라기두 허구 예전에 사랑방에서 나누던 정담두 들려달라기 허구 또 거 머시냐 예전 노래를 들려달래서 청춘가나 회심곡을 불렀더니 더 오래된 노래는 없느냐구 하더구먼. " " 아니, 고런 것도 공부다요? 쌕쌕이 날아다니구 외국서 기술 배우기두 바쁜 시상에 참말로 별시런 일이시." 한 사람이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 몰를 일이지라. 텔레비서 봉께 오래된 고물만 찾아다님서 도시 인근에 음식점에다 진열해놓고 고풍시런 맛을 즐기는 디가 장사도 더 잘 되는 시상인게. " 유난히 삐쩍 마른 사람이 꺼칠하게 마른 얼굴이며 후줄그레한 입성으로 말을 받았다. " 아 째지게 가난헌 집구석 살림집 찾아댕김서 연구하는 박사덜두 없는 거는 아니잖여. " 옆사람이 마른 입맛을 다시며 말을 보탰다. " 여하튼 고사람덜은 고사람덜이고 어여 논두렁엘 가서 볏단이나 옮기세. 역서 말로다가 세월 잡아묵는다고 쌀이 나오것는가 돈이 나오것는가. " 이장 정인철씨가 장정들을 몰아세우며 닦달하고 있었다. 장정들은 피우던 꽁초를 마지막으로 힘차게 빨고는 길바닥에 툭 내던졌다. 비스듬하게 쓴 모자를 쥐고 먼지 묻은 바지를 툭툭 털어대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IP Address : 211.177.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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