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 글을 쓰려면 이름을 밝히고, 자기 소개를 하고, 한글 맞춤법과 언어예절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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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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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에 대한 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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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양승영교수가 이메일에 보내온 편지를, 양교수가 양해해주리라고 믿고 이 쪽으로 옮겨 적고 응답도 함께 제시한다. 조동일교수님 > 조교수님이 최근 저술하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 우연히 읽고 독후감을 전합니다. 저는 경북대학교에서 고생물학을 강의하는 > 양승영이라는 사람으로 언젠가 조교수님의 특강 후에 대구 어느 식당에서 > 저녁식사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하여 평소에 "그럴 수가 있는가?" > 하면서도 "제주도에서만이라도 실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에 대해서 "잘 > 모르지만 국민들의 영어 능력을 높이고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막연히 >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조교수님의 책을 읽고 나의 무식이 너무 부끄럽다는 >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가간 언어사용에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있음을 >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리 한국은 언어와 문자만을 생각하면 > 참으로 복받은 나라로 생각합니다. 민족은 문화공동체로서 그 요건은 > 언어라는 말씀은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연과학을 > 공부하는 저로서는 매우 신선한 내용으로서 한마디로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 > 다만 다음 몇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생님의 의견에 의문을 가질 수 > 밖에 없군요. > 1. 언어의 다양성이 인류 문화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말씀에 > 대하여, 현재 각 대륙 가운데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1000여종의 언어가 > 상존하는 현상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언어의 다양성 면에서 > 유럽과 북미 대륙이 가장 낮은데 이들 지역이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하게 살고 > 있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요? 소수 민족어의 소멸은 매우 안타까운 > 현상이지만 이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지요? 제국주의적인 > 현상으로 즉 강요된 것이라면 피지배 민족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 > 때문에 거부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어느 단위 국가에서 능동적으로 자국의 > 이익을 위해 교통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크게 나무랄 일은 > 아니지 않은가요? 조교수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공연히 혼란만 초래하고 > 별무소득이겠으나. > 2. 생물종과 언어 다양성의 문제를 같은 선상에서 취급하신 것은 약간의 > 논리적 비약은 아닌지요? 인간의 행위로 생물종이 소멸되는 현상은 지구의 > 생태계를 파괴하여 그 결과가 인류의 생존문제에까지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고 > 자연스러운 생물 종의 출현과 소멸은 지구 역사에서 항상 있어 온 것입니다. > 그러나 언어의 소멸은 인류 문화에 국한된 문제로서 인류의 생존과는 무관한 > 것이 아닌지요? > 3. 공동의 교통어 몇가지, 공동문어, 국어 또는 공용어 그 외에 지역어 > 까지 익힌다는 일은 아무리 노동시간이 줄고 교육시간이 증대된다 해도 > 조교수님 같은 분이 아니면 일반인으로서는 기대하기 너무 어렵지 않을가요? > 물론 창조학에 종사하는 학자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 하실 수도 > 있겠습니다. 인문학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으나 자연과학이나 이공계통에서는 > 한가지 교통어로 충분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물론 긴요한 것은 말이 아니고 >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 4. 조교수님의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소개하셨는데 이는 조교수님 개인의 > 경험일뿐 저같은 범인으로서는 영어 한가지도 감히 숙달하지 못해 어렵게 > 어렵게 논문이라고 작성하는 처지입니다. 조교수님 같이 뛰어나신 분에게는 > 좋은 표준이 될 수 있겠으나 대다수 국내 학자들은 아마도 현기증을 느낄 > 것입니다. 물론 표준을 저같이 낮은 곳에 두는 것 보다 높이 두어야 하지 > 않느냐 하시면 더 할말 없겠습니다. > 여하튼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끝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양승영 IP Address : 147.46.5.173 Name Memo 조동일 PREV 언어의 다양성과 진화 양승영교수께 제 책을 숙독하시고 논평과 질문까지 보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답하려면 원론적인 논의를 좀 더 펴야겠습니다. 모든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온 문화가 담겨져 있습니다. 어느 지역의 특수한 환경이나 자연에 대한 인식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자기 언어 속에 간직되어 있습니다. 그 언어가 소멸되면 그 지방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한 가지 예를 들지요. 산나물을 가려서 채취하는 지혜는 참으로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말이 지방 방언의 형태로 보존되는 조건에서만 누천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축적해온 산나물에 관한 지식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전수됩니다.표준말만 사용하고, 더욱이 영어를 쓰게 되면, 식물분류학의 전문지식을 가진 극소수의 학자만 산나물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산나물을 식용으로 채취해서 식탁에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첨단과학보다 더 소중한 산나물에 대한 지식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도 좋겠습니까 ? 언어가 소멸되면 문화도 사라져 인류 전체로 보면 그만큼 손해가 됩니다.아무리 소수가 사용하는 언어라도 그 가치는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와 원칙적으로 동일하므로 버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이룬 문화의 다양성은 생물종의 다양성보다 오히려 더욱 소중합니다. 개체수가 적은 종은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소수 언어 사용자들은 그 언어만으로는 생활을 영위하기에 불편하므로 인접한 다수자 언어를 배워 함께 써야 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자기 언어를 버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 여유와 능력에 따라 여러 언어를 익혀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책을 쓴 뒤에 웰스(Welsh)어의 사례를 공부하게 되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실수를 통감하고 있습니다. 7백년 전에 영국에게 병합된 웰스 사람들은 지금도 자기 언어를 지키면서 민족문화를 보존하고 주체성을 키웁니다.웰스어로 문학 창작을 하자는 운동이 근래 더욱 열기를 띠고 있습니다. <<웰스문학사>> 말미에서 웰스어문학은 영미문화가 세계를 획일화하지 못하게 막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이 정도 말씀 드리고 대화가 이어지기를 기다립니다. 대화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홈페이지(www.chodongil.pe.kr)를 이용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조동일 IP Address : 147.46.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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