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민속극 관련하여, 의문나는 지점이 생겨 여쭤보고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예술은 자연발생적이었으며, 대개는 주술적인 영역들에서 최초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음악, 미술, 문학 모두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용될 수 있는 보편원리라고 생각됩니다.
한국문학에도 장르류 상으로 극 장르에 속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탈춤이 대표적이지요. 서양의 극(drama) 역시 최초 발생은 우리의 탈춤처럼 민속적이고 주술적인 부분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일종의 '신분상승'을 경험하여 '자연발생적 구비문학'이 아닌 '다듬어진 예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오늘날까지 서사,서정과 함께 당당히 문학의 한 부분을 이루는 장르로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민속극은 그러한 '신분상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근대이후까지 여전히 '민속'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는 서사 장르에 속하는 판소리가 '신분상승'을 경험하여 양반층의 후원을 받는 고급예술로 성장했던 것과 비교됩니다.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보면, 하나의 '극예술'로 자리잡았던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와 비교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1)서양, 중국, 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극 장르가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분상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민속'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소리가 성장하여 민속극의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지요?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여러사람이 배역을 나누어 연기하는 극 장르보다는, 한 명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모놀로그인 판소리를 더 선호했던 것일까요? 2)근대 초기에 판소리를 개작하여 창극으로 재창작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움직임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장르상(작품 형성 원리상)으로 서양의 연극이 판소리보다는 오히려 탈춤과 상통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인가요? 혹시 창극 창작에 관여했던 인물이 탈춤과 같은 민속극을 참고한 경우가 있는지요?
IP Address : 147.47.188.1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