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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섭

	하는 수 없이 또 질문드립니다. 김소월 시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바쁘신데도 질문에 답해주셔서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새로 쓰신 글, 공부는 왜 하는가, 참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한용운과 김소월 시에 대해 고민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교수님의 책을 읽고 한용운을 다른 사람들과 차별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고민은 김소월 시에 대한 것입니다. 아무리 서적을 읽고, 논문을 뒤지고 그뿐 아니라 정신문화연구원에 가서 몇 분의 교수님을 만나뵙고 토론도 해 보았지만, 끝내 저의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매한 이야기입니다만, 소월의 진달래꽃, 초혼 등 몇 작품을 읽고 또 읽어 봐도 당시 시대상황을 보아도 그렇고 개인적 사랑과 슬픔을 노래했다, 라기 보다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은유로 밖에 읽혀지질 않았습니다.(저항적 느낌이 강하다는 이야기지요) 또한 한용운의 시와 내용이 너무 흡사하여 더욱 그러합니다. 여러 교수님들의 연구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제 생각을 적어 봤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생각인지 고견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못 이해하는 지점을 설명해 주시면 더욱 좋겠지만, 바쁘시다면 지적만이라도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종섭 올림 --------------------------- 아래 ------------------- * 진달래꽃/김소월 *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진달래꽃은 우리강산에 두루 피는 꽃으로 무궁화보다도 민족의 가슴속에서는 더욱 친근함을 주는 꽃이다. 그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리듬과 정감 있는 어휘는 평범한 이미지를 뛰어 넘는데, 그 유명한 "영변(寧邊)에 약산(藥山)"의 진달래꽃을 "가실 길"에 뿌리겠다는 것에서 암시 하는 바 심상치 않다. 차분하게 시를 음미하는 독자라면, 민족의 정서를 노래한 것 이상임을 느낄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오리다."며 어쩔 수 없이 보내 드리는 나약한 자의 일말 분통 하는 심정에 있어서도 그것이 이별이라는 것 외에 왜 이별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끝끝내 진술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시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1연과 2연을 보면, 죽은 사람에게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자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꽃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가실 길에 아름 따다 뿌리”는 것은 장례의식에서의 행위이다. 3연에서도 즈려 밟고 가시“라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나 보기가 역겨워”가신다 하더라도 죽어서 가는 것이라면 “죽어도 아니 눈물흘리” 겠다는 것은 우리 정서상, 그것도 예를 중시하던 1920년대의 경우 맞지 않는다. 반어적 표현이라 해 도 가는 자가 사자(死者)라면 지나치다. 결국, 이것은 죽은 사람은 아니되, 가시는 길에 겨레가 사랑하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뿌린 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무척 성스러운 그 무엇인가가 떠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훨씬 자 연스럽고 모든 모순점이 사라진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간다는 것도 사실은 실제로 역겨워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류를 해도 어떤 이유를 들면서 굳이 가겠다고 우기는 자에 대한, 보내는 자의 심정을 표현한 것뿐이다. 이와 더불어, 소월 시집에 나오는 대부분의 시에서 화자의 상대는 추상적이다. 따라서 이는 개인적 인 사랑의 노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마치 한용운의 시처럼. ---------------------------------------- IP Address : 222.121.8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