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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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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관한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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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사회복지학과 4학년 김진원입니다. 근래에 들었던 생각과 고민이 있어 글을 올립니다. 1. 사회복지학은 철학이 없는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의 마지막 학기에 이르기까지 타전공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학부제 형태이기 때문에 2학년에 겨우 사회복지라는 학문을 피상적인 수준으로 접하기 시작했지만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회복지의 철학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실증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일 것입니다. 여러 사회복지전공 서적 대부분은 외국의 문헌을 그대로 번역해온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배우는 사회복지는 거의 서양에서 이루어졌고, 또한 그들의 사유가 집약된 학문을 공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전된 서구라는 이유로 수십년된 학자들의 주장이 우리 나라에서는 마치 최신 문헌처럼 둔갑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쩌면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을 갖게 되고 언제나 서양을 따라가는 식의 학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사회복지 구도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지난 해, 석좌교수로 오신 선생님의 '세계, 지방화 시대의 한국학' 수업을 들은 이후로 시작된 생각이었습니다. 조동일 선생님은 한국학에서 출발하여 세계적 학문을 구축하려는 연구를 하고 계신데 이에 자극 받아 앞으로의 세계 속의 복지와 한국의 복지는 어떠해야할까 라는 의문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윤리학과의 시민사회운동론(홍철 선생님)로부터 시민사회와 사회복지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했고, 문예창작학과의 세계현대소설강독(손정수선생님)에서는 '소설적 진실'로써, 문학이 정신 세계에 대하여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대표적인 소설을 접하면서 감동적 수준에서 고찰하기보다 그 이상으로 우리가 갖고가야 할 이상의 세계를 통찰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때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은 현재의 법과 도덕은 인간의 모든 자율성을 지켜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했고, 그러한 사실로부터 부조리한 현실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세계현대시강독(이성복 선생님)에서는 "세상의 악은 무감각이다" 이웃과의 소통은 바로 관심에서 타인과의 연대에 민감한 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시창작 기초(장옥관 선생님)에서는 사물에 대한 지극한 민감성을 통해서 우주와 소통하는 자세로써 시는 사물과 인간의 교감하는 것으로 세계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것이 문학의 부분적 역할을 깨닫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꽃잎일 수도 있지만 거기서 우리가 의미를 두고 누군가에게 줄 선물로써 바라보면 그 꽃잎은 바로 살아있는 시입니다. 이는 곧 우리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할 것이며 우주만물의 교감과 그 의미를 고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낳게 했습니다. 사학과의 동양고대의 역사와 문화(강판권 선생님)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각 왕조들의 특성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이 통치 이면에 드러난 그 심층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판권 교수님은 '스스로 나무에 미친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나무와 이야길 나누면서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를 고찰하는 분이었습니다. 또한 현재를 바로잡고 미래를 그려나감에 있어서 역사적 인식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역사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강좌였습니다. 현재는 사회학과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임운택 선생님) 문예창작학과의 세계현대문학사상강독(이성복 선생님) 철학과의 동양철학특강(임수무 선생님) 경제학과의 거시경제학(조갑제 선생님)의 수업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타전공 수업을 피상적으로나마 접한 결과 사회복지만의 특색있는 학문적 고찰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3 섹터를 찾으며 그 틈새를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적인 기반이라는 생각입니다. 사회복지의 패러다임과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복지를 변화시키는 정치역사경제사회문화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오늘에 이르러 제가 갖게된 생각은 학문의 시작이랄 수 있는 철학과 언어였습니다. 여러 수업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식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틀의 가장 밑바탕은 사유하는 철학과 언어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2. 한국적 사회복지철학의 정립 보통 사회복지관련 실무자나 학생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희박하다라는 이야길 자주 듣곤 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은 우리 의식을 지배해온 그 무엇인데 그 인식의 밑바탕이 무어냐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식과 의식, 역사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데 비단 실천만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인식와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철학적인 체계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적인 사회복지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러나 그 한국적인 사회복지도 세계선진국가들만의 사회복지를 비교하는 것이 또한 문제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서양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것과 서양의 것을 비교해야 하는데 서양의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거나 우리의 것도 제대로 정립되어있지 않은데 우리의 것과 서양의 것을 비교 검토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착수해야할 과제가 한국적인 철학의 정립입니다. 만약 한국적인 사회복지를 구축해야 한다면 한국사회복지의 기원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서양에 실증주의에 대비하여, 한국의 실학사상을 우리 사회복지 정신과 철학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이퇴계 선생님, 정약용 선생님 등 역사 속에서 학문에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선조들의 지혜를 현재의 사회복지학문에 접목시켜 우리의 정신으로 계승하면서 인문정신을 바탕으로 사회복지학의 사상적 체계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 학문 코디네이터로써의 사회복지 또 다른 과업은 사회복지의 학문에서의 역할입니다. 이미 선생님께서는 (통합)학문론을 주창하고 계십니다. 즉 다른 기타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연구,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생각은 보통 다릅니다. 사회복지학 자체가 분배, 통합, 연대, 평등이라는 규범적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경제학에서의 실증적인 수치, 기업 정신, 성장우선주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 때문에 서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차이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차이와의 만남에서 생성되고 이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나지 않는다면 차이도 없고, 다양성도 없고, 이해도 결코 나타날 수 없습니다. 복지가 경제를 이해하고, 경제가 복지를 이해하면 물질적으로 윤택하고 정신적으로 풍부한 세계를 그려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여기서 또 하나의 사회복지 비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학문 코디네이터 역할입니다. 타학문과의 연계를 지지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것은 어떨까요? 짧은 생각입니다만, 대학 교육에서 1년 및 1학기는 여러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학문론 수업이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러 학문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고 자못 백화점식 역할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 학문을 만나더라도 연계학문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복지학이라면 여러 학문의 정신을 고루 배울 수 있는 역할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여러 스승을 만나면서 느꼈던 이 자극들을 어떻게 하면, 공동의 가치를 이끌어내고 수입학문이 아닌 창조학문을 위한 창조적 결실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공부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학문인지 분간이 안가고 혼란스럽습니다. 공부하기와 학문하기의 차이를 제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학업에 열중하되 예습을 근간으로 하여 그 과목과 관련한 서적을 읽고 있을 뿐입니다. 능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학문의 세계 또한 천갈래 만갈래고 넓고 깊어서 공부해야할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선생님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IP Address : 211.209.106.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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