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견해는 춘향의 주체적 노력을 무시하고, 계급투쟁에 집착하다가 민족허무주의에 빠진 이중의 과오가 있습니다. <<춘향전>> 이해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문학통사>>의 해당 대목을 소개합니다.
(춘향은) 기생의 딸이라는 신분에 맞게, 이몽룡을 만난 날 밤에 바로 몸을 허락하고 성행위가 능숙했다. 춘향의 이름을 익히 듣고 변사또가 도임하자 기생 점고를 서두른 것이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이몽룡을 위해서 정절을 지키느라고 변사또의 수청 요구를 완강하게 거절할 때에는 양반 서녀 신분인 양갓집 부녀다운 품행과 교양을 갖추었다. 변사또가 기생이 수절을 하겠다니 가소로운 일이라고 하는 데 맞서서 양가 부녀를 겁탈한다고 항변하는 말이 당당하고 조리가 있었다.
춘향은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다. 신분에서는 기생이지만 의식에서는 기생이 아니다. 그 둘 사이의 갈등에서 작품이 전개되다가 기생 아닌 춘향이 승리하는 데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신분적 제약을 청산하고 인간적인 해방을 이룩했다.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 가운데 어느 쪽을 더 강조했느냐는 이본에 따라 다르고 이본을 나누는 데 긴요한 기준이 되지만, 어느 한쪽만 있어서는 작품이 성립되지 않는다.
기생 아닌 춘향은 잠깐 동안 재미를 보려고 접근한 이몽룡을 평생의 배필이 되도록 만들어, 변사또가 하는 요구를 당당하게 물리칠 수 있었다. 그것은 춘향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다. 춘향은 옥중에서 고초를 겪다가 죽고 말았다고 해야 현실과 밀착되고 결말의 역전은 허황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남원 읍내 백성들이 한결같이 춘향을 지지해 변사또는 횡포한 압제자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암행어사의 등장이 필연적으로 요청되었다. 압제로부터 해방되자는 의지를 널리 확인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확보하고 공감을 확대했다.
춘향이 열녀라고 칭송한 것이 표면적인 주제라면,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의 갈등을 통해서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나 인간적 해방을 이룩하고자 한 것은 이면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표면적 주제는 기존의 관념을 재확인하면서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 구실을 하고, 설명을 하려고 하면 빠져나가는 이면적 주제가 작품이 인기를 얻고 높이 평가되는 근거가 된다. 두 주제의 싸움으로 시대 갈등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리면서, 이면적 주제의 승리를 입증하고 갈등 해결의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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