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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일

	<<동아시아문명론>> (지식산업사, 2010)

이 책은 일본어(경도, 2011), 중국어(북경, 2013), 월남어(하노이, 2015)로 번역되었다. 머리말 마흔 한 해 반 동안의 교수 생활을 마치고 2009년 8월말에 두 번째로 정년퇴임을 한 다음에는 새로운 연구는 더 하지 않지만 강연은 자주 맡지 않을 수 없다. 거듭되는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워 조용하게 지내면서 그림이나 그리겠다는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 책을 내놓아야 하는 사정이 생기기까지 했다. 2009년 10월에는 중국에 불려가 여섯 번의 특강과 두 번의 강연을 하고, 다음 두 달 동안 국내에서 한 강연이 다섯 번이다. 이미 연구한 성과를 널리 알려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은 피하지 못할 과제이다. 나는 이미 폐업을 했다고 물러서지 못할 사정이 이어진다. 학문에 힘쓴 보람을 전공 영역을 넘어서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강연에서 자주 다루는 논제는 동아시아문명론이다. 동아시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 논의해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늘어난다.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엽말단의 쟁론에 휘말려 시야를 잃지 말고 기본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수십 권의 책을 쓰면서 전개한 논의가 긴요하게 쓰여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날의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관련에 관해 정치나 경제를 들어 고찰하면서 협력의 필요성을 말하는 언설은 흔히 있어 언론에서도 쉽게 찾아볼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를 하나이게 하는 오랜 내력은 관심 밖에 두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예사이다. 논의를 심화하려면 동아시아문명론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문명 일반론에 입각해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고찰하는 데 힘써온 성과를 널리 알리지 않을 수 없다. 강연은 한두 시간 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하는 제약 조건이 있어 연구 성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근거가 되는 논의가 내 책에 있으니 찾아보라고 하면 미진함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인가? 책을 너무 많이 써서 부담을 주는 잘못을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동아시아 문명권에 관한 논의를 한 데 모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금 가능한 대책이다. 하고 싶은 말을 쉽게 간추려 다시 쓸려고 하니 너무 힘들고, 수고한 만큼 보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강연에서 펴는 지론을 길게 늘이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아니므로 전문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해 가능하게 풀어서 간략하게 전달하는 내용의 근거를 대려고 이 책을 만든다. 즉석에서 생각해 내서 그냥 해보는 말 같은 것이 오랜 기간 동안 힘들여 찾아낸 결과임을 알리고자 한다. 자료 제시가 불가피해 난삽함을 피할 수 없다. 한자를 몰라도 된다고 여기고 한문을 외면한 채 동아시아를 알려고 하는 독자를 위해 봉사하는 방법은 찾지 못한다. 이 책을 연구업적으로 삼지는 않으니 자기 표절 운운하면서 시비를 걸지 말기 바란다. 너무 많아 말썽인 연구업적이 평가에 소용되지 않는 자유를 얻어 즐겁다. 강연장에 오는 청중에게 이 책을 그냥 나누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으나, 그만한 재력이 없고,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지 못한다. 책을 너무 많이 내고 또 낸다고 나무라면 사죄를 하다가 죄를 보탠다고 변명할 수밖에 없다. 외국어로 번역할 대본을 만드는 것이 더욱 절실한 과제이다. 중국 북경외국어대학에서 동아시아 문명론에 대한 강연을 하자, 모임을 주최한 학장이 한국어과 교수에게 내 책을 모두 번역하라고 했다. 실행 불가능한 끔찍한 주문이다. 우선 선집 한 권을 번역하는 것이 마땅하므로 늦지 않게 엮어 내는 수고를 하기로 한다. 번역용 대본을 출판해놓아야 어디서도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쓴 논저를 다 모아 전집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질 때가 이따금 있으나 망상임을 깨닫고 정신을 차린다. 저서만 해도 너무 많아 부담이 되고, 수고를 아끼지 않고 다가오는 독자마저 갈피를 잡기 어렵게 한다. 핵심을 간추려 이해하는 수고를 독자에게 안기는 것은 횡포일 수 있다. 방대한 전집이 아닌 간략한 선집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본보기를 하나 마련해본다. 특히 긴요한 것을 간추려 다듬고 잘못 되거나 빗나간 대목은 바로잡고 다시 생각한 바를 보태니, 선집을 만들려다가 신작을 내놓는다. <논란을 벌이면서>라고 하는 서두의 글을 새로 마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광범위하게 고찰했다. 중국에서 한 강연 원고에다 긴요한 사항을 여럿 보태 보충논의를 다각도로 폈다. 그 다음의 각론은 文ㆍ史ㆍ哲의 순서로 구성해 동아시아문명의 여러 측면에 대한 이해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저서 더미 여기저기서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 손질하고 다듬어 내놓는다. 2010년 새해 새날을 맞이하면서 조동일 머리말 제1부 논란을 벌이면서 중국에서 / 동아시아 / 문명 / 공자 / 학문의 크기 / 중세화 / 한문 / 통어와 통문 / 대장경 / 불교미술 / 국가 비문 / 근래의 동향 / 생극론 제2부 한문의 유산 재평가 선입견 시정 / 한문 수용의 의의 / 과거제의 기여 / 중심부ㆍ중간부ㆍ주변부의 사정 / 시대적 변천 한문학과 민족어문학 동아시아 어문의 양상 / 한문학사의 전개 / 중국의 민족어문학 / 한국ㆍ월남ㆍ일본의 민족어문학 / 다른 여러 곳의 민족어문학 / 근대 이후의 상황 華夷와 詩歌의 상관관계 논의의 유래 / 한문 논문 / 번역과 고찰 한ㆍ일 시가의 산과 바다 서두의 논의 / 승려의 한시 / 유학자의 한시 / 자국어 고전시 / 근대시 제3부 책봉체제와 중세문명 방향 시정 / 유교문명권 / 힌두ㆍ불교문명권 / 이슬람문명권 / 동ㆍ서기독교문명권 / 총괄론 한ㆍ월 국사서의 근접 양상 무엇을 하려는가? / <<대월가기전서>>에서 보여준 월남사의 전개 / 책봉체제 인식 / <<동국통감>> 재검토 / 논의의 확대 신분제 해체 과정 비교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인식 / 신분사회에서 평등사회로 / 중국 / 일본 / 월남 / 한국 / 오늘날까지의 변화 과정 제4부 儒ㆍ佛ㆍ道家의 사고형태 보편적 사고의 유산 / 탐구의 대상과 방법 / <<논어>>에 길을 물어 / <<금강경>>에서 말하기를 / <<노자>>를 불러와야 / 비교 논의 동아시아 철학사를 위하여 개념에 관한 진통 / 동아시아철학사로 가는 길 / 동아시아철학사는 하나이다 / 동아시아철학사는 여럿이다 / 당면과제 제5부 동아시아학문의 길 장점 살리기 / 일본ㆍ중국ㆍ월남의 장점 / 통합을 위한 시도 / 건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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