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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일

	<<학문론>>(지식산업사, 2012)

머리말 학문을 잘 하려면 학문론이 있어야 한다. 학문론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여기저기서 남들이 하는 말을 모아놓고 학문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문은 구경하고 소개하고 논평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이룩하는 결단이고 자각이고 창조여야 학문일 수 있다. 학문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두고 넓고도 깊은 논의를 절실하게 전개해야 학문론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여러 분야 전공자들이 분담해 학문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으나, 다루는 범위를 제한해 총론이 결여된 각론 집성이 되고 말아 넓이는 갖추어도 깊이를 기대하지 못한다. 어느 분야를 어떻게 연구했든 학문을 했다는 자각이 전환의 출발점이다. 자기 삶이 인생인 줄 모르고 인생론을 멀리서 구하면 어리석지 않은가? 체험에 대한 성찰을 출발점으로 삼아 학문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전개하려고 모험하는 개척자가 있어야 길이 열린다. 오랜 기간 학문을 하면서 학문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두고 절실하게 깨달은 바를 가다듬으면 학문론의 기본 요건인 깊이를 갖출 수 있다. 얻은 성과를 가지고 다른 여러 분야에서 해온 작업과 비교하고 토론하려고 노력하면 넓이를 보탤 수 있다. 동지이면서 적수인 여러 창조자가 자기 학문론을 내놓고 커다란 논란을 벌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학문론 정립의 경쟁ㆍ협동작업을 위해 최초의 발제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책을 쓰려고 하니 미리 나무라지 말고 읽고 시비하기 바란다. 한국문학에서 동아시아문학으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고, 문학연구를 인문학문으로 학문일반론으로 확대하려고 나는 40여 년 동안 분투해왔다. 그래서 얻은 결단ㆍ자각ㆍ창조의 성과를 이 책에 집약해 학문론 정립에 내 나름의 기여하는 것을 학문하는 생애 막판의 일거리로 삼고자 한다. 학문은 끝이 없지만 사람의 생애에는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 73세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시기를 더 늦추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아쉬우나마 일단 결론을 맺기로 한다. 지금까지 논저를 너무 많이 낸 것을 반성한다. 70여 권의 저서, 200여 편의 논문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를 전개해 빚어낸 혼란과 끼친 부담을 가능한 대로 줄이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찾아와 진솔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아담한 집을 한 채 지어 마련하고자 한다. 적절한 계기가 이어져 오래 구상한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데, 행운뿐만 아니라 불운도 도움이 되었다. 제1부는 김도연 총장(당시)과 박경신 부총장이 자리를 마련해주어 울산대학교에서 2010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모두 8회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연한 성과이다. 배수찬 교수가 많은 수고를 한 것도 감사한다. 여러 단과대학 다양한 전공 학생들 3백여 명씩 모여 들어 강연을 열심히 듣고 열띤 토론을 했다. 나의 지론에 관해 자연학문이나 사회학문 쪽에서 하는 말을 듣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었다. 행운이 겹쳤다. 허남춘 교수의 초청으로 2010년 10월에 제주대학교에 가서 같은 원고를 가지고 집중강의를 하고 검증을 더 진행했다.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 강의인데, 참여자가 학생 넷, 교수 넷이었다. 행정학과 이경원 교수, 정치학과 고성빈 교수가 적극적인 토론을 해서 과분한 소득을 얻었다. 학문은 學이면서 問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게 해서 감사하다. 두 곳에서 다 준비한 원고를 발표한 다음 고치고, 토론을 첨부해 정리했다. 제2부는 다른 목적으로 집필했다. 나라에서 돈을 내서 하는 석학인문강좌라는 것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새로운 학문을 위한 방향 전환”을 2012년 2월 11일부터 5주간 여기 수록하는 원고에 있는 바와 같은 소제목에 따라 다루기로 했다. 규격에 맞추어 원고 를 다 쓴 시점에 뜻밖에도 강좌 제목이 “새로운 국문학을 위한 방향 전환”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정과 사과를 요구했더니, 강좌를 관장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서지문)이 새로운 학문을 하겠다고 하면 위험하고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니 새로운 국문학이나 착실하게 하라고 회신했다. 선의의 충고로 이해하라는 말인 것 같은데, 상의는 물로 통고조차 없는 일방적인 변경을 수락할 수 없고, 하라는 대로 할 수도 없다. 변경된 제목에 맞는 강좌를 하려면 원고를 새로 써야 한다. 수고스러워 하지 않겠다는 것만이 아니고 할 수 없다. 새로운 국문학에서 시작해 새로운 학문에 이르고자 한 오랜 노력을 무효로 돌리고 출발점으로 회귀하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이다. 나라 돈을 써서 하는 강좌를 관장하는 것도 권력이어서 횡포를 부리는가 하고 항변할 필요는 없었다. 강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 한 마디로 시비를 일단락 냈다. 강좌는 하지 못하게 되었어도 원고를 쓴 것은 다행이어서 여기 수록하고, 불운으로 끝난 사태도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하게 여긴다. 강좌 현장에 오는 분들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대화와 토론을 인터넷에서의 기대한다. 나의 홈페이지(조동일을 만납시다)를 찾아와 장소나 시간의 제한 없이 풍성한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 제1부에는 있는 토론이 제2부에는 없게 된 불운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맡아 나서는 자원봉사자가 많으리라고 기대하고 환영 준비를 한다. 제3부에는 학술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각기 쓴 독립된 글을 발표한 순서대로 싣는다. <구비의 재평가를 위한 새로운 연구>는 민속학자 임재해 교수의 권유로 써서, 2010년 10월 22일 제주도에서 열린 구비문학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자연학문과 인문학문의 생극 관계>는 화학을 전공하는 최동식 교수의 부탁을 받고, 2011년 11월 25일 고려대학교 학문소통연구회에서 발표한 원고이다. <아리랑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는 음악학을 하는 신대철 교수가 주관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아리랑국제학술대회에서 2011년 12월 15일 기조발표를 하기 위해 썼다. 세 번의 학술회의는 주최자, 규모, 진행 방식 등에 차이가 많고, 취급한 주제가 판이했다. 학문론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구체화하고 점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전공과 관심이 아주 다른 현장 참여자들이 많은 토론을 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감사한다. 세 번 다 다른 여러 사람이 상의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것이 더 큰 토론이었다. 부기를 첨부해 행사에 대한 소감, 진행된 토론, 다른 여러 논문에 대한 소견 등을 함께 다루기로 한다. 제1ㆍ2ㆍ3부는 전개 방식이나 내용이 다르지만 분리되지 않고 잘 어울리기를 바란다. 각기 별도로 집필해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나 삭제하면 그 나름대로의 일관성이 손상되므로 그대로 두기로 한다. 제2부에는 이미 발표한 글을 옮겨온 대목이 이따금 있다. 제1부는 體라면 제2부는 用이다. 제3부는 用의 用이다. 집을 한 채 지은 것을 두고 말하면, 제1부로 구조를 마련하고, 제2부에서 내장을 갖추었다. 개인적인 술회는 실내장식 정도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제3부는 가구를 몇 개 들여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지은 집이라고 자랑할 수는 없으나 누구나 초대한다. 많은 손님이 찾아와 보람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기를 기대한다. 가까이 있는 분들의 도움이 이번에도 큰 힘이 되었다. 박미영ㆍ천혜숙ㆍ고영근ㆍ이민희ㆍ정소연ㆍ김영숙ㆍ이경하ㆍ임재해ㆍ윤주필ㆍ김헌선 교수가 원고를 읽고 수정에 관한 소중한 가르침을 베풀어 깊이 감사드린다. 2012년 3월 1일 조동일 차례 제1부 학문이란 무엇인가? 학문은 어떻게 펼쳐지는가? 학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문은 누가 하는가? 학문은 어디까지 나아가는가? 학문이 막히면 어떻게 하는가? 학문하는 자세에 모범이 있는가? 학문하는 여건, 무엇이 문제인가? 제2부 미래로 나아가는 지표 고향 회귀에서 출발점을 찾아 한국문학에서 동아시아문명으로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세계문학사 제3부 구비의 가치 재평가를 위한 새로운 연구 인문학문과 자연학문의 생극 관계 아리랑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이 <<교수신문>> 2012년 6월 18일자(윤정민), <<국제신문>> 6월 26일자(오성준), <<서울신문>> 6월 29일자(노주석), <<대한민국학술원통신>> 7우 ㅓㄹ 1일자(이정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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