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89, PAGE : 1 / 5, CONNECT : 0

	조동일

	<<문학사는 어디로>>(지식산업사, 2015)

머리말 이 책 이름은 “문학사는 어디로?”이다. 이것은 “문학사는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는가?”를 줄인 말이다. 문학사의 정체를 밝혀 논하고, 문학사의 과거ㆍ현재ㆍ미래에 관한 의문을 해결하는 작업을 필요한 자료를 널리 찾아 진행하고자 한다. 그 여러 과제를 다 열거할 수 없어 “어디로”를 대표로 삼아 표제에 내놓는다. 반세기 가까운 동안 학문에 종사하면서 나는 문학사를 가장 긴요한 일거리로 삼았다. 한국문학사에서 동아시아문학사로, 동아시아문학사에서 세계문학사로 나아가면서 문학사 서술의 실제 작업을 하고 이론적인 문제점을 고찰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 동안 얻은 성과를 마무리하면서 못다 이룬 소망을 점검하는 이중의 작업을 여기서 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범위에서 의의를 가지는 문학사 총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제 학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 출발점에 서는 느낌인데, 어느덧 근력도 시간도 모자라게 된 것을 알아차린다. 너무나도 당연하므로 한탄하면 어리석다. 학문은 공동의 작업임을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 마땅하다. 더 해야 할 많은 일, 진정한 토론을 거쳐 보람찬 창조를 이룩할 수 있는 허다한 과제를,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고 걸음을 멈추어 얻는 통찰까지 보태 여러 후생에게 안겨 준다. 누구나 소유권을 가지는 공유재산을 풍부하게 하고자 한다. 책을 쓰는 방법을 적절하게 마련하려고 고심한다. 풀어놓으면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울 말을, 핵심을 찾아 간추려 이해하기 쉽게 하고자 한다. 엄격한 체계를 갖추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한다. 사전 만들 듯이 사실을 열거해 독서의 즐거움을 해치지 않도록 경계한다. 특히 긴요한 대목은 앞뒤의 균형을 맞추지 않고 조금 길게 다루는 융통성을 가지고자 한다. 용어를 정비하고 개념을 규정하는 작업을 미리 일괄해서 하지 않고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진행한다. 문학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는 의문의 해답을 여러 측면에서 제시하다가 이따금 총괄한다. 언어로 창조하는 문학을 고찰하는 문학론 또한 언어를 사용하므로 폐쇄성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가 한 집안이 되고 있다고 하는 오늘날에도 언어의 장벽이 계속 심각한 문제이다. 영어가 국제적인 교통어로 쓰여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과신하지 말자. 영미에서 나온 문학사론을 보면, 불ㆍ독어 필독서마저 찾아 거론하지 않은 채 가까운 데서 맴돌고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생긴 자폐증을 비판하고 시정하는 것이 이 책에서 감당해야 할 과제에 포함된다. 너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반문이 예상되므로 응답하지 않을 수 없다. 한ㆍ중ㆍ일ㆍ영ㆍ불ㆍ독어 책은 직접 읽고, 월남ㆍ이탈리아ㆍ러시아어로 쓴 것들에는 아는 분들의 도움을 얻어 조금 다가간 정도의 진전을 자랑할 것은 아니다. 스페인어, 아랍어를 비롯해 다른 많은 언어로 내놓은 책은 보지 못하고 문학사에 관한 논란을 세계적인 범위에서 전개한다고 나서니 잘못 되었다. 그러나 조금 아는 것을 유식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온 세계 어디서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미답의 경지에 처음 들어선다고 생각하니 가슴 설렌다. 지식의 양을 늘리려는 것은 아니다. 알아야 할 것을 더 많이 알려고 계속 안달하면 어리석다. 무한한 사실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적절한 지점에서 통찰로 휘어잡아야 한다. 목표를 분명하게 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려서 해야 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학사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고찰을 하는 데 특히 힘쓴다. 독자를 잘못 만나면 이 책은 불행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읽을거리나 찾는 호사가들이 지다가다 들려, 무시해도 될 궁벽한 사항까지 뒤적이고 자료 더미에 매몰되게 한다고 나무라지 않을까 염려한다. 사실의 열거와 고증이 학문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세부 전공의 안목으로 미비점이나 착오를 찾는 데 이용하기나 한다면 공연한 짓을 했다고 후회할 수 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진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탐구자들이 탐독하고 열띤 토론을 벌일 것을 기대하고 기대에 찬 나날을 보내면서 지칠 줄 모르고 집필에 몰두한다. 문학사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스스로 창조의 역군이 되고자 하는 최상의 독자에게 이 책을 바치면서, 나는 물러나 쉬어도 된다고 허락해주기를 간청한다. 문학사를 다시 더 잘 써야 할 과업이 산적해 있다. 역사는 종말에 이르렀으며 문학사를 다시 쓰는 것은 부질없다는 소리에 현혹되지 말자. 문학사에 바치는 인류의 노력을 더욱 값지게 하자. 회신이 도착한 순서로 들면, 이은숙ㆍ이복규ㆍ이민희ㆍ윤동재ㆍ정소연ㆍ신연우ㆍ허남춘ㆍ강은해ㆍ오상택ㆍ임재해ㆍ김헌선ㆍ최귀묵 동학이 글을 읽고 손보아 주었다. 나를 도와주기만 했다고 하면 크나큰 고마움에 보답할 길이 없다. 내 잘못을 나무라다가 새로운 작업을 구상했기를 바라고 대강 엉성하게나마 디딤돌을 놓은 보람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15년 7월 5일 조동일 차례 머리말 1. 무엇을 하려는가? 2. 문학사 출현의 내력 2.1. 정치사에서 문학사로 2.2. 문헌학과 열전의 유산 2.3. 문학사를 산출한 시대 3. 자국문학사 3.1. 유럽 각국 1 3.2. 유럽 각국 2 3.3. 아시아 각국 1 3.4. 아시아 각국 2 4. 지방문학사 4.1. 영국ㆍ프랑스ㆍ독일 4.2. 미국ㆍ인도ㆍ중국 4.3 일본ㆍ한국ㆍ월남 5. 광역문학사 1 5.1. 라틴어문명권 5.2. 아랍어문명권 5.3. 산스크리트문명권 5.4. 한문문명권 6. 광역문학사 2 6.1. 아프리카 6.2. 동남아시아 6.3. 다른 여러 곳 7. 세계문학사 7.1. 제1세계 1 7.2. 제1세계 2 7.3. 제2세계 7.4. 제3세계 8. 문학사의 시련과 진로 8.1. 문학사 부정 8.2. 부정의 부정 8.3. 논란의 확대 8.4. 문학사의 진로 9. 무엇을 얻었는가? 이 책 서평이 김수용, <뮨학사, 하나이자 여럿>,<<대한민국학술원통신>> 270호 (2016년 1월)이다.


PREV	<국사 교과서 논란 넘어서기>>(지식산업사, 2015)	조동일


NEXT	<<조동일 평론선집>(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5)	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