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89, PAGE : 1 / 5, CONNECT : 0

	조동일

	se1.jpg (96.9 KB), Download : 465

	<<세계문학사의 전개>>(지식산업사, 2002)

머리말 세계문학사는 인류가 하나임을 입증하는 의의를 가진다. 세계문학사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세계 도처의 문학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세계문학사를 실제로 쓰는 작업을 유럽문명권 제1세계에서 한 세기 반도 더 되는 기간 동안에 열심히 해온 것은 평가할 일이다. 그 결과 이루어진 수많은 저술은 근대학문의 빛나는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른 문명권에서는 그럴 수 없었던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례를 뒤따르는 것을 능사로 삼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제1세계 세계문학사는 유럽 밖의 많은 민족을 침략하고 지배해온 제국주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가 자료가 부족하고 사실 인식이 미흡한 데 있지 않다. 유럽문명권이 우월하다고 강변하려는 의도에서 유럽문명권중심주의 사고방식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기네 문학이 가장 우월하다고 강대국끼리 다투는 장소로 세계문학사를 이용하고 있다. 아프리카인은 역사를 창조하지 못하고, 아시아에서 시작된 인류역사가 유럽에서 발전되었다고 하는 헤겔 역사철학에서 표명된 역사관이 제1세계 세계문학사에 광범위하게 나타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문학은 돌볼 필요가 없다고 하고, 아시아문학은 이른 시기에 이룩한 것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고대에서 시작해서 근대까지 일관된 발전을 보인 문학은 유럽문명권문학만이라고 했다. 제1세계 학문의 잘못을 크게 나무라고,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세계관에 입각한 세계문학사를 내놓겠다고 제2세계에서 선언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지만, 이룬 성과는 실망스럽다. 문학사를 사회사에 직접 연관시켜, 문학의 사회 반영과 사회적 기능을 고찰하는 데 치중하고, 문학사의 전개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표방한 두 가지 원칙 가운데 유물론에 입각한 연구는 제대로 진척시키지 않고, 당파성을 앞세워 진보적이라고 구분한 문학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데 머물렀다. 유럽문학사 서술에서 제1세계의 전례를 뒤집은 데는 다소 볼 만한 점이 있지만, 다른 문명권의 문학사는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놓고 앞뒤가 연결되지 않게 했다. 중세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의 이행과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중세문학은 비난하고 근대문학은 예찬하면서, 근대문학은 유럽문학의 이식이라고 했다. 제2세계문학과 제3세계문학은 진보적인 점에서 서로 대등하다는 구실을 내세워, 제3세계문학의 의의를 무시했다. 제1세계 세계문학사 서술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6권,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독일에서 25권의 규모로 내놓아 분량에서는 상당한 정도에 이르렀다가,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유럽중심주의의 시각을 스스로 시정할 방도가 없고, 역사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해체적 경향의 학문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제2세계 세계문학사의 결정판을 보여주겠다고 10권으로 기획한 러시아의 세계문학사는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쳐 8권까지 나오고, 체제가 달라져서 중단되었다. 이제 제3세계가 나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제3세계의 관점에서 제1세계뿐만 아니라 제2세계의 잘못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인류 역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제3세계는 제1세계와 제2세계의 다툼을 중간에서 조절하는 절충 또는 화해의 구실을 담당한다는 소극적인 생각을 버리고, 근대를 극복하고 다음 시대를 이룩하는 설계도를 마련해야 한다. 제1세계가 지배하고 제2세계가 비판자 노릇을 한 근대라는 시대는 민족국가의 배타적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하면서 역사를 왜곡했다. 그러면서 또한 폭력혁명을 하든 사회개혁을 하든 계급모순을 해결하면 민족모순은 저절로 해결되어 바람직한 미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선전을 일삼았다. 그 두 가지 노선은 서로 상반되어 충돌을 일으켰지만, 민족모순이 가장 격심하게 된 오늘날의 위기를 조성하는 구실을 함께 했다. 이제 다시 출발해 민족화합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민족문학사가 문명권문학사로 통합되고, 여러 문명권의 문학사가 만나 세계문학사를 이룩한 과정을 밝혀내고, 나아가 더욱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고대의 부정의 부정이 근대이듯이, 다음 시대는 중세의 부정의 부정이어야 한다. 고대문학․중세문학․근대문학 상관관계의 세계사를 새롭게 고찰해, 그 점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새로 하는 작업에서 제1세계와 제2세계에서 이룩한 세계문학사 서술의 성과와 그 근거가 되는 학문연구의 업적을 배격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비판을 통해 활용한다. 그러면서 세계문학사의 총체적 서술을 실제로 이룩해, 제1세계・제2세계・제3세계의 인류가 서로 다르지 않고 각기 이룬 문화와 이념이 대등한 의의를 가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인류문명의 대화합을 이룩하는 것이 다음 시대의 과제임을 명시한다. 그것은 다양성과 대립을 포함한 화합이다. 갈등이 조화이고, 조화가 갈등인 生克 구현의 길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세계문학사는 준비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먼저 한국문학사를 자세하게 쓰고, 그 성과를 동아시아문학사에, 다시 다른 여러 문명권의 문학사에 적용하고 확장했다. 여덟 가지 언어로 이루어진 38종의 기간본 세계문학사를 검토하고 비판한 데 이어서, 세계문학사 서술의 방법과 문제점을 고찰하는 저서를 여럿 내놓았다. 이제 그 성과를 종합하고 새로운 내용을 보태 세계문학사를 쓰는 용단을 내렸다. 준비는 오래 두고 많이 할수록 좋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가장 힘든 공사를 늦지 않게 한다. 이 책은 얼마든지 길게 쓸 수 있으나 단권으로 줄였다. 그래야 세계문학사의 전개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세계문학사 완성판을 혼자서 쓸 수 있다는 망상은 떨쳐버리고 그 설계도를 마련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양상의 총체적 서술을 위한 기본 설계”라는 부제를 붙인 것이 그 때문이다. 설계도는 한 눈으로 볼 수 있어야 잘잘못이 드러난다. 인용구를 빼면 분량을 줄일 수 있지만, 작품 실물이 보이지 않는 문학사는 도판 없는 미술사와 같다. 산문은 전모를 설명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지만, 시는 한 대목이라도 내놓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세계도처의 단형 시구를 고루고루 가져다놓아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편벽된 문학이해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주를 달아 밝히지 않은 것은 내 자신의 번역이다. 그 가운데 중역이 적지 않아 미안하고, 정확하게 옮겼는지 의문이지만, 이해가 가능하게 하려고 애썼다. 주를 달지 않으면 분량을 줄일 수 있으나 그럴 수 없다. 작품을 직접 읽어 스스로 알아내지 않고 남의 책을 통해 안 사실은 출처를 명시해야 표절의 혐의를 벗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지면 관계로 말하지 못한 내용을 독자가 찾아보는 데 필요한 참고서적을 제시하는 것도 책 쓰는 사람의 사명이다. 출처가 내 자신이 이미 써낸 책에 있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적어 분량을 줄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각주에다 적는다. 이 책 또한 선행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강의를 하면서 집필하고 수정했다. 2000년 2학기 박사과정 강의에서, 이 책 제1차 초고 복사본을 매주 발표하고, 다음 주에는 수강학생 전원이 검토하고 비판하도록 했다. 국문학 전공의 국내학생 이민희, 권정은, 심우장, 김석준, 중국에서 온 이춘희, 미국학생 나수호, 그리고 종교학 전공의 임재규가 강의에 참가해 다각적인 기여를 했다. 다시 2001년 1학기 석사과정 강의에서 제2차 초고를 검토했다. 김경희, 전주현, 김성준, 박현숙, 안준호, 이윤정, 조수아, 최규백, 그리고 중국학생 이려추가 원고 수정에 참여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일단 다시 다듬은 원고를 복사한 책자를 2001년 2학기 교양과목의 강의의 교재로 사용하면서 학생들의 질의와 토론에 힘입어 수정했다. 책자를 읽고 수정해야 할 곳을 지적해준 최문정, 정길수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이 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2000년도 선도연구자지원 연구비에 의해 이루어졌다. 3700만원이나 되는 연구비를 2년에 걸쳐 지원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필요한 책을 세계 도처에 주문해 사고 또한 몇 차례 해외출장을 할 수 있었다. 새로 생긴 제도의 혜택을 입어 과연 가능할까 염려하던 작업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차례 머리말 0. 서장 1. 원시문학 2. 고대문학 2.1. 신화와 서사시 2.2. 금석문과 역사서 2.3. 신앙시․사상시․서정시 2.4. 사상 표현의 산문 3. 중세문학 3.1. 공동문어의 시대 3.2. 서정시에서 제시한 규범 3.3. 중심부․중간부․주변부의 상관관계 3.4. 서사시의 중세화 3.5. 중세의 금석문․역사서․여행기 3.6. 성자전의 양상 3.7. 민족어 교술시의 위상 4.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 4.1. 사회사와 문학사 4.2. 사고방식의 전환 4.3. 공동문어시와 민족어시 4.4. 서사시의 변모 4.5. 연극의 다양한 모습 4.6. 우언의 기여 4.7. 소설의 형성 5. 근대문학 5.1. 전반적 문제점 5.2. 유럽 중심부의 근대문학 5.3. 유럽 변방의 분발 5.4. 유럽문학의 확대와 변모 5.5. 후발주자들의 선택 5.6. 동아시아문학의 향방 5.7. 북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까지 5.8.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6. 다음 시대 문학을 위한 전망 이 책을 소개가 2002년 5월 20일자 중앙일보, 6월 24일자 연합통신, 25일자 조선일보, 한계레신문, 대한매일, 26일자 동아일보, 27일자 한국일보, 29일자 경향신문, 세계일보, 7월 2일자 대한매일에 실렸다. 이도흠, <생극론으로 지평 확대... 세계적 보편성 획득이 과제>, <<교수신문>> 2002년 8월 26일자(교수신문사); 진순애, <차별과 갈등을 극복하는 희망의 문학관>, <<21세기문학>> 2002년 가을호(이수출판)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이다.


PREV	<<세계문학사 연구총서 총색인>>(지식산업사, 2002)	조동일


NEXT	(누락된 것 추가)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 1996)	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