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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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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문의 사명>>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1997년 3월 20일 초판 1쇄 인쇄 1997년 4월 1일 초판 1쇄 발행 저 자: 조동일 발행인: 선우중호 발행처: 서울대학교출판부 157-742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산 56-1 전 화: 02) 889-4424, 880-7995 팩 스: 02) 888-4148 <출판등록 제15-3호> ISBN 89-7096-264-6 값: 18000원 시작하는 말 이 책은 세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분류기준을 따른다면 인문학총론이다. 그렇지만 입문자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를 한다면서 현황을 합리화하는 데 그치는 통상적인 서술방법을 거부하며, 체계적인 서술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찾아 시비하면서 변혁을 꾀하는 것이 더욱 긴요한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극복하는 사명을 맡아 여러 분야에서 각론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발상을 다채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만의 현상이 아니며, 모든 학문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된 역사적 전환의 필연성을 입증하는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전반에 걸쳐 있는 쟁점을 광범위하게 다루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모헝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학문이 미세하게 분화되고 분화된 영역들끼리 서로 교섭이 없는 것이 커다란 폐단이다. 개별학문의 주권이 절대적이라고 인정하면 인문학론도 학문일반론도 공허한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인문학 또는 학문일반에 관한 총괄적인 논의를 새롭게 해야 하는 이유는 분과학문의 한계를 넘어서서 함께 다루어야 할 공동의 쟁점이 허다하기 때문이 다 공동의 쟁점을 두고 싸움을 하는 것이 학문통합을 위한 최상의 방안이다. 학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근래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크게 미흡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기존의 학문론에 관한 기존의 논저를 보면, 전공자들이 자기분야에 한정된 발언이나 하고 있어 학문전반의 상황으로 논의를 확대하지 않은 점이 불만이다. 남의 이론을 가져와서 우리 문제를 진단하려고 하는 방식에도 찬성할 수 없다. 그 두 가지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공분야의 한계를 넘어선 총괄적이면서 창의적인 논의를 내 자신이 스스로 전개하는 책을 쓴다. 나는 7우리 학문의 길7에서 학문전반의 문제를 고찰하면서, 우리 학문의 각성을 근거로 세계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말머리를 돌리기 위해서 필요한 서두의 논의를 성글게 펴기만 했다. 그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므로, 계속 분발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 ·학문 ·문화>>라고 한 작은 책자에서 보완작업을 하고자 했으나, 단편적인 착상을 보태는 정도에 그쳤다. 후속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서, 이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 학문'이란 말로 지칭하는 '우리'의 범위는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내가 펴는 주장에 찬동해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연구하는 동학들의 학문이 첫번째의 '우리 학문'이다 두번째의 '우리 학문'은 우리나라 한국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올바른 학문이다. 세번째의 '우리 학문'은 자랑스럽게 성장하는 동아시아의 학문 또는 제3세계의 학문이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청산하고 다시 태어나는 세계학문이 네번째의 '우리 학문'이다. '우리 학문'의 범위는 첫번째 것에서 시작해서 네번째 것까지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할 이유를 밝히고, 그 방법이 무엇인가 찾는 것이 이 책에서 할 일이다. 그 여러 범위의 '우리 학문' 가운데 두번째 것에 관해서 특히 말을 많이 한다. 내 자신의 학문에서 출발해 세계의 학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관문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문은 대단한 비약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학문을 하기 어렵게 하는 제약 조건이 적지 않아 그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학문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욱 가중시킨다. 의사가 환자 노릇을 하고 있는 사태이다. 그런 잘못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서,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고, 연구가 강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전에도 이미 역설했다 이제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 자신이 근래 직접 부딪힌 사태를 근거로 해서 그 문제를 더 깊이 파헤치면서 해결을 촉구한다 학자가 학문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구체적으로 따진다. 학문에 관한 정책이나 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생긴 장애요인을 직접 제거해야 하는 판국에, 학문론의 이치나 따지고 있으면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시간낭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과학문의 차원에서는 실생활 개선의 어떤 과제라도 맡아서 검증하고 설계하고 있는 학문 만능의 시대에 학문 자체와 운명에 관해서는 학문이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하면서 물러날 수는 없다. 학문이 머슴의 능력을 갖가지 방식으로 유능하게 발휘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이제 세상만사를 확고하게 장악하는 주인의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도록 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학문의 역량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내부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학문영역의 구분과 상호관계를 다시 고찰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책제목을 '인문학문의 사명'이라고 한 데 그 결과가 미리 밝혀져 있다. '인문학'이라는 말 대신에 '인문학문'이라는 말을 쓴 것은, 학문의 세 가지 기본영역을 '인문학문' · '사회학문' · '자연학문'이라고 일컬어 서로 대등한 관계를 정당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 셋을 총괄하는 개념이 '과학'이 아니고 '학문'임을 명시하는 것이 또한 긴요한 과제이다. 학문은 '과학'이어야 한다고 하고, 자연과학은 가장 모범적인 과학이어서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고 하는 편견 때문에 학문의 위기가 가중되었다. 그런 잘못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의를 제기 하고 시정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긴요한 과제이다. 학문은 '과학'과 함께 '통찰'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학문의 어느 영역이라도 그 둘 가운데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밝혀 논한다. 오늘날 우리는 동서학문의 충돌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유럽문명권 서양의 근대학문의 도전이 걷잡을 수 없게 닥쳐와, 동아시아학문 또는 한국학문 전통계승을 방해하고 우리 학문이 독자적인 노선을 설정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생기는 곤경을 서두에서부터 문제삼다가 국학을 세계화해서 인류 전체를 위해 소중한 의의를 가진 보편적인 이론을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에서 하는 일이다. 그 대목에서 사학과 철학에서 해야 할 일을 구체화해서 제시한 것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문학을 전공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학이나 철학을 외면한다면, 학문을 혁신하고자 하는 포부가 공허한 이상에 머무르고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다. 문학 · 사학 ·철학의 세 영역을 연관시키고 통합하는 것이 인문학문의 총체적인 시야를 되찾는 데 관건이 되는 작업이므로, 힘써 시도해야 한다. 사학이나 철학전공자들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기대하는 바이다. 전문적인 지식의 결핍 때문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들어 자제 하도륵 충고하는 말이야 달갑지 않다. 문외한이 남의 영역에 함부로 침입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만행이라고 나무라기나 해서야 피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각한 논란거리가 되는 쟁점을 두고 싸움이 벌어져야 서로 다른 관심사가 한데 합쳐지고 공동의 연구가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내가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경사로운 날이 곧 닥칠 것을 간절하게 바란다. 문학에 관한 논의는 이 책에서 진척시키지 않았는데 문학연구는 별도로 길게 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세계문학사에 관한 3부작 여덟 권의 책을 쓰겠다고 한 작업을 성과 있게 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여기서 하면서 재출발의 방향을 바로잡는다. 문학의 범위를 넘어선 인문학문의 다른 영역이나 학문일반의 문제를 깊이 다루어 연구설계의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세계문학사를 다시 고찰하는 일련의 저술을 내놓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세계문학사의 허실>>에서 기존의 세계문학사 서술을 시비한데 이어서 <<세계문학사의 이론>>을 여섯 권 내놓고, 끝으로 <<세계문학사 의 전개>>를 한 권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세계문학사의 이론>> 첫째 권에 해당하며, 세계문학사 서술의 이론정립을 위한 서론 구실을 한다. <<세계문학사의 이론>> 여섯 권은 각기 다른 주제를 취급하는 독립된 저술이므로 내용에 맞는 제목을 별도로 붙이고자 한다. 그러면서 취급하는 내용이나 방법이 서로 다른 가운데 일관성이 있게 할 작정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구상을 들면, 연극의 문제를 특히 종교사와, 서사시의 문제를 특히 정치사와, 서정시의 문제를 특히 언어사와, 소설의 문제를 특히 사회사와, 교술시문의 문제를 특히 철학사와 관련시켜 다루는 책을 각기 한 권씩 쓰자는 것이다. 거기까지 가는 긴 여행의 행로가 빗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학문총론의 출발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세계문학사를 다루어 나가는 구체적인 작업에는 홍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아 옆길로 빠질 염려가 있다. 어떤 작품에 관해 무슨 연구를 하든 모두 그것대로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하겠지만 미리 정해 놓은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 학문의 역량으로 세계적인 범위에서 효력을 가진 일반이론을 창출하는 작업을 논리적인 가설의 범위에서 하고 말수는 없다. 학문혁신을 위한 새로운 착상을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구체화하기 위해서 세계 문학사의 이론을 문제삼는다. 그런 기본취지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데 쓰기 위해서, 이 책에서 펴는 서론이 필요하다. 이 책의 원고를 1996년 2학기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강의 '한국문학사상연구'에서 다루었다. 강의제목과 맞지 않은 강의를 해서 반칙을 저지른 셈이다. 수강생 열 사람 송팔성 ·정대진 정재민 · 정한기 ·황재문 고정희 ·장시광 ·정천구 ·김남기 ·손태도가 열성적인 검토와 토론을 하면서 제기한 문제를 공동의 관심사로 삼았으며, 원고를 수정해 주어 많은 도움을 얻었다. 박사과정을 이미 수료한 최귀묵도 강의진행에 계속 참가했으며. 완성된 원고의 최종적인 수정을 맡아 주었다 1996년 한 해 동안에 여러 대학 및 학회에서 개최한 학술회의에 참가해 이 책 원고의 여러 부분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5월 25일에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민족주의연구회에서, 6월 17일에는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전국한의학교수협의회에 서, 8월 8일에는 서울 曹溪寺에서 열린 한의학연구모임71서, 10월 9일에는 서울 중앙대학교신문사에서, 10월 17일에는 대전 목원대학교 현대 사상연구소에서. 11월 1일에는 안동 안동대학교 국학부에서. 11월 8일 에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한국학회에서 그런 기회를 가졌다. 다시 12월 21일에는 부산 한국인문학연구회. 해석과 비판을 위한 모임,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공동연구실, 오늘의 문예비평 동인회의 합동행사에서, 사전에 배부한 논문원고를 읽고 온 동참자들의 질문을 9시간에 걸쳐 받는 특별한 방식으로 길이 기억할 만한 대토론을 벌였다. 행사를 주최해 준 분들. 그리고 발표를 듣고 토론을 해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구상하고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고, 우리 학문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문학문을 살리자는 열의에 찬 논의가 이루어진 데 힘입어, 이 책의 내용을 다각도로 보완할 수 있었다. 토론에서 특별하게 문제되었던 사항은 본문에서 밝혀 논하기로 한다 차 례 시작하는 말 제 1 부 한문의 위기진단 학문론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수입학에서 창조학 까지의 전환과정 한국문화 세계화의 기본원리 제 2 부 학문연구의 실제상황 우리 학문 이래도 되는가 학문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대학망국의 시대에서 대학구국의 시대로 제 3 부 인문학의 위상설정 인문학문의 유래와 위치 재검토 인문학문과 사회학문의 대립과 화합 과학과 통찰을 아우르는 학문 제4부 한국학문과 세계학문 국사를 넘어서는 역사이해의 열린 시야 우리말로 철학하기의 세계사적 과업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이광일, <학문적 나태에 보내는 경고장>, <<한국일보>> 1997년 5월 14일자 (한국일보사); 금장태, <인문학문의 위기 극복과 국학의 세계화 가능성 강조>, <대학신문>> 19997년 5월 19일자 (서울대학교신문사)이다. 황필호, <조동일의 인문학연구>, <<강남대학교 논문집>> 37 (강남대학교 출판부, 2001), <인문학,과학 에세이>>(철학과현실사, 2002)에서 이 책 및 관련 논저에 대해서 광범위한 검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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