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89, PAGE : 3 / 5, CONNECT : 0

	조동일

	7.jpg (21.5 KB), Download : 462

	(누락된 것 추가)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 1996)

머 리 말 -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 무엇이 문제인가 문학과 철학은 의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서로 같고, 표현방법이 서로 다르다. 문학은 의식을 구체화된 경험을 통해서 표현하고, 철학은 추상화된 논리를 사용한다. 문학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개방되어 있다면, 철학은 특별히 훈련된 전문가라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점도 상반된다. 문학과 철학은 서로 상통하는 의식 내용을 나타내면서, 협동하고, 경쟁하고, 서로 자극을 주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학을 연구하든 철학을 연구하든 그런 상관관계를 실상대로 알고 깊이 파고들어야 마땅하다. 문학연구와 철학연구가 협동해야 할 더욱 중요한 이유는 두 학문의 결점을 상대방의 도움으로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연구는 문학의 구체화된 경험을 추상화된 논리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철학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학에 근거를 두지 않은 문학이론은 있을 수 없다. 철학연구는 철학의 추상화된 논리가 어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의의를 가지는가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루고자 하는 철학과 동일한 의식을 구체화된 경험을 통해서 나타낸 문학에서 필요한 논거를 마련해야 한다. 원래 문학과 철학은 하나로 합쳐 있기도 하고,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아 상호조명에 의한 이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근래에 둘이 분리되고, 연구도 연결되지 않아 양쪽에 다 파탄이 생겼다. 문학과 철학의 관련은 한국에서든 다른 나라에서든,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인류는 어디서나 그 두 가지 문화 형태를 함께 가꾸어왔다. 그렇지만 문학과 철학의 비중이나 관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인도에서는 철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문학이 철학에 부수된 것 같은 관계가 지속되어 왔다. 일본의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되어, 문학이 철학의 구실까지 맡았다고 할만큼 문학의 비중이 크며, 철학사상을 찾자면 문학을 이용하지 않을 수 얼다. 중국이나 우리는 문학이 철학과 대등한 비중을 가진 점이 서로 같으나, 중국에서는 그 둘이 다소 소원한 관계에 있으며, 우리쪽에서는 문학과 철학이 깊이 얽혀 있는 점이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는 문학사와 철학사 양쪽에서 크게 취급하는 인물이 없는데, 우리 경우에는 철학을 한 문인이나 문학에 힘쓴 철학자가 흔히 있다. 문학연구와 철학연구를 연결시키는 작업은 어디서나 소흘하게 여길 수 없다. 그런데 그 작업을 독일에서 더 하고 영국에서 덜 하는 것은 문학과 철학의 관련 양상 자체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일본보다는 중국이, 중국보다는 우리가 문학과 철학을 더욱 밀착시켜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는 일본철학사를 제대로 저술할 만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유산도 그런 유산에 대한 포괄적이고 사변적인 연구도 부족하지만, 그 대신에 문학의 풍부한 자료를 대상으로 해서 인본사상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는 전통이 수립되었다. 중국에서는 철학사 서술이 문학사 서술보다 크게 앞서고, 철학연구의 성과를 근거로 해서 미학사상 ·문학사상을 찾아 정리한 업적이 상당하다. 그런데 우리는 문학연구는 많이 하면서 문학과 철학의 관련은 돌보지 않는다. 그렇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철학이 망한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라가 망할 때 철학이 망하고, 아직 살아나지 못했다. 일제의 침략과 더불어 비롯된 전통문화 파괴, 일본화 된 서양문화 이식이 철학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빚어냈다. 일본인 교수를 통해서, 일본에 가서, 나중에는 서양까지 가서 서양철학을 익힌 철학 전공자들이, 스스로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도, 전통철학의 계승과 현대화 가능성을 손상시키는 구실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991년 1학기 서울대학교 교수 공개모집 공고에 "한국철학" 전공자가 한 명 포함되어 있어서 이채롭다. 한국어문학 교수는 25명이나 되는데(영어영문학 교수보다는 적은 기현상이 아직 시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철학 교수 자리는 이제 하나가 생겨 좋은 대조가 된다. 철학의 형편이 그러니 문학연구가 일방적으로 독주 하고, 문학과 철학의 관련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겠다. 전통문화의 많은 영역이 일시적으로 유린되다가 이제는 거의 소생했는데, 철학만 유독 안위를 염려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은 무슨 까닭인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 문제를 온통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한 가지 가능한 논의만 전개하기로 한다. 논의의 단서는 일본문화의 특질에 있다. 문화의 다른 영역에 비해서 철학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외래의 철학을 보편적인 사고가 아닌 특수한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는 일본의 침해로 우리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서양문화가 이식되었으므로, 그 피해가 철학에서 가장 심각하다. 일본인이 보기에는 보편적 사고를 추상적인 논리로 집약한 우리 철학이 무용한 공리공론이지 않을 수 없어 서슴지 않고 비방할 수 있었고, 유용한 지식인 서양철학을 하나라도 착실히 익히는 것이 마땅한 공부라고 주장하는 데 그 자체로는 잘못이 없었다. 일본인 학자를 스승으로 삼아 그런 방식으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보편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창의력을 상실한 세대가 교수로 자리잡고 학계를 지배하자,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 있었던 피해가 지속되고 확대되었다. 일본인 학자 가운데 우리 철학을 가장 많이 논한 高橋亨이 경성 제국대학 조선문학 교수였기 때문에 문학과 철학의 관련을 바르게 인식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생긴 것도 잊을 수 없다. 그 사람은 우리말로 된 문학작품을 학생들만큼 이해할 수 없었던 탓에 한문자료를 이용해 강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철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1) 강독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았다. 그렇게 한 데 대한 반발로, 한문 저술의 유산을 불신하고 우리말 문학이라야 우리 문학이라고 하는 극단론이 생겨났다. 직접 강의를 들은 제자들은 우리말 문학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을 불만으로 여기고, 철학 위주의 한문 강독을 지겹게 생각하기나 했지, 철학 이해를 바로잡을 능력은 없었다. 그런 강의를 듣고 자란 세대가 교수가 되어 문학연구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한문학을 주변 영역으로 밀어내고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철학의 의의를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학부는 물론 대학원에서도 한국철학에 대해 초보적인 이해를 할 기회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철학과가 정상화되어 있지 않아 그런 잘못을 시정하는 데 필요한 자극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전통학문을 제대로 익힌 초야의 석학들이 하나씩 세상을 떠났다. 한문을 읽고 새기는 데 능한 노인은 더러 남아 있어도, 理氣心性 관한 논란에 당사자로 관여한 분들은 거의 다 없어져서 오랜 학통을 이을 수 없게 되었다. 한문의 마지막 대가라는 분이 이치의 근본과는 거리가 먼 잡학을 자랑하기 일쑤여서 혼란 가중되고 있다. 철학의 유산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또한 문제이다. 자기 선조 특별히 숭앙하느라고, 돈을 대서 큰 행사를 벌이는 풍조가 만연되 세상의 이목을 현란하게 한다. 몇 사람 되지않는 관계 학자들이 본의 아니게 대가가 되어 그런 행사에 거듭 동원되고, 글 빚에 졸리느라고 착실하게 공부할 기회를 잃고 마니 안타깝다. 연구를 숭앙으로 대신 하니 학문의 본질인 비판이 무뎌지고, 철학이 철학다운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실학을 논하는 데서는 선조숭앙 사업이 많이 끼여들지 않고, 비판의 논리가 존중되어 그런 폐단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구 내용이 절차의 재인식과 어긋난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실학으로 성리학을 극복한 결과 이기심성에 대한 논란이 무의미해졌다고 한다. 공리공론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한다. 철학의 혁신은 인정하지 않고 사회개혁사상만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진보주의가 문학연구까지 이끌자, 문학과 철학의 관련을 제대로 밝히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철학을 밀어냈다고 해서 철학과 문학의 관련을 언제까지나 논외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李奎報 문학론의 세계관적 근거, 金時習 의 귀신론과 <<金鰲神話>>의 관계, <虎叱>이 과연 朴趾源의 작품이며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등의 문제는 문학연구에서 거듭 논의되어 왔으면서 해결을 보지 못했다. 이규보 ·김시습 ·박지원을 무시하고 그런 쟁점을 외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논자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런 쟁점에 휘감겨 진통을 겪고 있다. 진통을 려는 이유는 철학과 정면으로 관련된 문제를 철학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편법으로 처리하려 한 데 있다. 그러므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규보 ·김시습 ·박지원의 문학이 철학자 깊이 관련된 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하고 철저하게 논의하고자 한다. 나는 일개 국문학도이며, 철학에 대해 계통적인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학을 논하다가 철학과 부딪히는 문제를 그냥 넘기지 못해, 목마른 놈이 샘을 판다는 속담에서처럼, 스스로 절박한 필요가 있어 철학을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얻은 결과의 일단을 <<한국소설의 이론>>에서 내놓아 의혹을 자아내고, <<한국문학사상사시론>>에서는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 바로 문학을 논해 온 철학사상의 맥락을 찾으려 했다. 문학에 관한 사상과 문학에 나타난 사상을 함께 고찰해야 그 정도의 시도를 넘어서서 문학과 철학의 관련을 더욱 심도 있게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새로 시도한 몇 가지 작업의 성과를 여기서 보고하고 다시 비판을 청한다. 13세기 時論에서 문제된 心과 물物의 관계를 따져 이규보 문학론의 세계관적 근거를 밝히는 것이 첫번째 작업이다. 15세기 귀신론의 여러 방향이 귀신이야기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밝히면서 김시습의 귀신론과 <<금오신화>>가 그 가운데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 밝히는 것이 또한 긴요한 작업이다. 18세기에 人性論에 관한 심각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되어 근본적인 혁신에 이르렀는가 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따져, 새로운 사상은 반드시 새로운 표현을 필요로 하므로 박지원이 <호질>을 쓰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 필연적인 과정임을 세번째 작업에서 논하고자 한다. 문학연구의 오랜 쟁점을 철학과의 전면적인 관련에서 다루어, 문학을 추상화된 논리로 정리하는 성과와, 철학을 구체적인 경험으로 해석하는 성과를 함께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앞에서 든 두 가지 작업에서 다룬 문제는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인성론에 관한 논란은 철학사 이해의 가장 난삽하고 번거로운 영역이라, 과연 어떻게 다루었는가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예상되는 시비는, 철학연구에서 벅차게만 생각되는 문제에 문학도가 끼여들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하는 것으로 우선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말해둔다. 인성론 시비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일수록 철학의 추상화된 논리가 어떤 구체적이고 경험 적인 근거를 가지는가 밝혀야만 비로소 소상하게 이해되고, 분별 해 논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근거는 문학과의 관련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이치가 그렇다는 것을 자세하게 따져 입증하는 논문의 본보기를 보이고자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예증은,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이 통시적으로 어떻게 갖추어지고 공시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일반론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에서 든 세 가지 사례가 공시적인 양상과 통시적 변화를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게 선택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례에서는 문학의 논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心과 物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란에 깊이 관여했다. 그래서 心의 철학에서 物의 철학으로 전환한 커다란 변화가 잘 나타나는 문학론을 전개했다. 둘째 사례에서는 귀신과 제사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서 새 시대의 이념을 수립할 것인가 하는 정책 결정의 과제가 철학의 논란을 가져오고, 문학 또한 거기 호응하는 변화를 보였다. 셋째 사례에서는 人性論의 혁신을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철학에서만 모색할 수 없어 문학의 적극적인 기여가 요청되었다. 문학창작과 이론의 혁신이 철학에서 시작한 의도적인 노력의 결과로 나타났다. 뒤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었으므로 분량이 늘어났다. 물론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 양상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관심을 넓히고 자료를 더 찾아 다각도의 연구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일반론을 도출할 수 있고, 오늘날 필요한 문학이론을 수립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서양에서 수입되는 문학이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응하면서 문학 일반론을 스스로 개척하는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우리 철학의 전통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런데 지난 시기 철학을 바로 가져와 논리적인 창안의 기틀로 쓰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지 말고, 문학과 철학의 오랜 얽힘을 실상대로 연구한 성과를 축적하고 일반화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갖추고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 양상>>이라 이름 지은 저서를 내놓았다가2) 그 내용을 대폭 보완해서 이제 이 책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를 다시 마련한다. 추가작업이 계되었기 때문에 보완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뿐만 아니라, 문학과 철학의 관련을 다루는 관점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문학연구서 제기되는 문제를 철학과 관련시켜 해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철학에서 출발해서 문학으로 나아가면서, 문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원리를 찾는 작업도 적극 시도한다. 元曉·李珥·崔漢綺 등의 철학을 문학과 관련시켜 논하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한국 철학사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그분들을 문학의 문제와 관련시켜 다루어, 철학사와 문학사의 얽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확보 하고자 한다. 문학에 관한 사상 전개의 맥락을 찾아서 논한 <<한국문학사상사시론>>에서 이미 그 세 사람을 소흘하게 다루지 않았으나, 새로운 착상을 마련하는 논의의 진전이 있어 다시 보고하고자 한다. 원효의 질서관을 동시대의 의상과 명효 두 사람의 경우와 견주어 살피면서, 철학의 원리가 곧 문학의 원리임을 밝혀, 신라문학을 이해하는 이론을 도출하고, 문학 일반론을 새롭게 정립하는 단서를 얻고자 한다.3) 원효사상과 문학의 관련을 논한 다음에 원효설화의 변모에서 보이는 사상 논쟁을 취급하는 것이 적당한 순서이다. 거기서는 문학에서 철학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 흥미로운 설화가 바로 사상의 구현물임을 밝히고자 한다. 이이의 문학사상에 관한 글은 <<한국문학사상사시론>>의 해당 부분과 자료 이용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으나,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이 문학론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더욱 철저하게 따진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사와 문학사의 관련을 박지원까지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최한기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당연히 요청되는데, 전에 그렇게하지 못한 결함을 시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심에다 두고 최한기의 사상을 새롭게 계승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론 재창조 작업의 마땅한 길을 찾으려고 한 작업에 상당한 성과가 있어, 오늘날 학문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까지 가능하게 해준다고 믿는다. 이번에는 책이름을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라고 해서, 우리 학문의 당면 문제를 다루는 데에 힘쓴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러나 논의의 범위를 한국문학사나 한국철학사로 국한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을 어떻게 다루어 마땅한가 따지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를 비교논의의 과제로 삼았다. 박지원을 동시대의 일본철학자 安藤昌益과 견주어 살피면서 상호이해를 꽤하는 것이 그래서 필요했다. 18세기 인성론의 혁신에 관해 연구한 성과를 확장해서, 일본 학계의 숙제를 푸는 데에 기여하고, 우리 경우도 새롭게 이해하는 데에 이르는 작업을 거기서 했다. 한 ·일 학문에 제기되는 근대사 극복의 과제를 논하는 것은 우리 학문의 위상을 밝히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의의가 있으며,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에서 받은 침해 때문에 우리 철학에 대한 부당한 폄하가 생겨난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기여한다. 脫亞入歐의 미망 때문에 빚어진 일본 학문의 혼미를 시정하는 데에 힘을 합쳐서 동아시아 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철학이 어떤 기여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거기서 다룬다. 새로운 학문의 바람직한 원리를 우리 철학을 다시 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막연한 희망이 아니고 실질적인 의의가 있는 유효한 제안이려면, 거대이론 재창조의 성과를 실제로 보여주어야 한다. 계속 그렇게 주장해온 바를 "生克論의 역사철학"이라는 창조물로 제시해서 이 책의 마무리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거기서 논의가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된다. 생극론의 역사철학이 역사관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는가를 현실 문제 해결에 관한 심각한 논란을 다루면서 재론할 필요가 있어, 세계문학사를 그 예증으로 삼는 일련의 저서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나는 근래 한국문학을 그 자체로 연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논해 문학연구의 이론적인 착상을 다지고, 학문 일반의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문학과 외국문학의 관계를 다루어 세계문학 일반론을 다시 이룩하자는 것이다. 한쪽의 작업이 體에 관한 것이라면, 다른 쪽의 작업은 用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뼘의 작업에서 얻은 최근 성과의 보고서여서, 用의 작업 신작물 <<세계문학사의 허실>> 및 그 속편을 이루리라고 예상되는 세계문학사의 이론에 관한 일련의 저서와 마주서는 의의가 있다. ------------------------------------------------------------------------------ 1) 배종호, <韓 · 日儒學의 관계사>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高橋亨은 理와 氣가 둘 다 形而上의 원리라고 이해하고, 理와 氣는 산소와 수소와 같으며 心은 그 둘의 화합물인 물과 같다는등의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서 논자 배종호는 "高橋亨은 주자학을 오인한 것임은 물론이고, 그 자신 의 철학이 동요하고 있는 것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하고, 일본에서는 高橋亨의 논문을 "높이 평가 하고 있는 모양이나,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했다. (金泰俊 외 편, <<한일문화교류사>>, 민문고, 991, p.244) 2) 그 책을 한샘출판에서 1992년에 내놓았다. 3) 그 논문은 <<이론 재창조작업의 본보기>>라는 이름으로 <<우리 학문의 길>>(지식산업사,1993) 맨 뒤실었던 것을 빼내서 이쪽으로 옮기기로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나무랄 수 있으나,이 책이 일관된 내용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 부득이하다. 이론 재창조 작업의 본보기가 <<우리 학문길>>에서 없어져서 생기는 차질을 해결하는 적극적인 방안이 이 책 전체, 특히 그 가운데 崔漢綺에 관한 글과 生克論을 그 대신에 제시하는 것이다. 차례 머리말-문학사와 철학사의 관련 양상 , 무앗이 문제인가? 제 1 부 義相, 명효, 元曉의 질서관과 문학이론 元曉設話의 변모와 양상 제 2 부 李仁老와 李奎報의 時論에 문제된 心과 物 15세기 鬼神論과 귀신이야기의 변모 李珥 문학사상의 근본문제 제 3 부 18세기 人性論의 혁신과 문학의 사명 朴趾源과 安藤昌益의 비교연구 서설 崔漢綺의 글쓰기 이론 제 4 부 근대 극복의 과제와 한·일 학문 生克論의 역사철학 정립을 위한 기본 구상 이 책에 관한 서평이 여동근, <문학의 오랜 쟁점 철학으로 조명>,<<한국일보>> 1996년 7월 22일자 (한국일보사); 김성룡, <문학사와 철학사 통합 전망에 관하여>, <<한국문화논총>> 25 (한국문학회, 1999)이다.


PREV	<<세계문학사의 전개>>(지식산업사, 2002)	조동일


NEXT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 1-3 (지식산업사, 2001)	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