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글로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어 저희 같은 어린 학생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합니다. 그러나 적당히 하고 끝나지 않아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저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자신도 대중의 한 사람임을 내세워 대중교통을 이용한답시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피해를 보곤합니다. 이 곳을 배움의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의견을 말해도 괜찮겠지요.
최근에 읽은 권영민 교수의 <<서사양식과 담론의 근대성>>(서울대학교 출판부, 1999)에서 조동일 선생님의 의견을 비판한 대목이 있어 질문합니다.
<조동일이 문학의 양식체계에서 교술 양식을 독자적으로 설정한 후, 이를 개화기의 시대적인 상황과 조건에 맞춰 실제 문학사 서술에서 적용한 것은 논리적 일관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교술이 서사와 대등한 층위에 놓임으로써, 예컨데 역사전기문학이 서사의 영역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산문', ~토론문' 등의 개념도 장르 구분에서는 의의를 지닐 수 없는 요소들이다.>(95쪽)
이 인용문은 선생님의 <<한국문학통사>> 4권의 pp.300-327을 대상으로 한 논평입니다. 개화기 문학의 갈래규정에 난점이 있음은 여러 연구자들의 저서에서 두루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난점은 아마 개화기 문학의 갈래적 성격이 지닌 혼합장르적인 속성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선생님은 이 난맥상을 갈래의 4분법으로 너무 쉽게 해소해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지적이 더 있어 여주어 봅니다.
<영웅소설이라는 고전소설의 한 유형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소설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던 조동일 교수는 자아와 세계의 상호 우위라는 추상적 개념을 도식화 하여 고전소설의 장르적인 본질을 규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아와 세계가 주체와 객체의 관계로 정립되는 것은 근대 소설에 와서야 가능한 일이며 고전소설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고전소설의 경우 자아와 세계의 구분이 모호하다.>(212쪽)
선생님의 <<한국소설의 이론>>에 대한 논평인데, 권영민 교수는 개화기의서사를 그 이전의 전통적 서사와 대비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내 놓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론을 따르면 소설이라는 갈래종이 대단히 일찍부터 발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연 '세계'를 대상으로 하여 대결을 벌일만한 '자아'의 각성이 그렇게 이른 시기에 이루어졌는지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제의 양면성에 관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조동일 교수는 고전소설의 주제를 표면적인 것과 이면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주제의 양면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학의 근본원리에서 벗어난다. 예술작품의 주제는 궁극적인 것이다. 궁극적인 것은 하나이지 둘이 될 수 없다. 서사구조의 이중성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기호의 대립양상을 주제의 양면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다.>(212쪽)
저는 이 지적에서 권영민 교수의 논리가 납득이 잘 안되는데, 저는 소설의 주제는 단일한 것도 양면적인 것도 그리고 다양한 것도 다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궁극적인 것은 하나이므로 소설의 주제 또한 하나여야 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되며 이 주장이 본질주의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지 않나 의문스럽습니다. 텍스트의 주제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질문을 길게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인용이 길어 말이 번다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기 논리가 뚜렷하게 서지 못한 저에게 두 선생님의 서로 다른 의견은 고민일 수밖에 없어 부득히 권영민 교수의 이견을 방편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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