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위는 4.19와 6.29의 뒤를 이어, 민중의 힘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세 번째의 거사입니다. 4.19에서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고, 6.29에서 군부통치를 종식시킨 두 번의 전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제3차 민주화 시민혁명의 승리입니다. 자축을 하고 말 것은 아니고, 앞뒤를 돌아보면서 이제부터 할 일을 생각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정당한 요구를 평화적으로 관철시킨 것을 거듭 평가하면서 그 의의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시위가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광우병 반대를 주장하면서 전국을 뒤흔든 것은 요구가 적절하지 않아 시위의 낭비였으며, 얻은 것은 없고 불신을 초래하기만 했습니다. 시위를 시작하면 자주 폭력화하는 것을 근래에 자주 보았습니다. 폭력 시위는 요구가 정당하다고 해도 방법이 부당해 반작용을 키우기나 합니다. 폭력혁명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요구뿐만 아니라 방법 또는 정당해 지지가 확대되고 필요한 힘을 얻었습니다. 이 사실은 지금부터의 행동을 위한 필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시위가 승리해 요구가 관철되면 할 일은 다한 것은 아닙니다. 4.19나 6.29의 승리가 후속 작업을 바람직하게 하지 못해 역행의 시련을 겪은 것을 되새겨보고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프랑스혁명이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쳐 거듭 일어나 희생을 키운 것 같은 사태가 우리 경우에도 벌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4.19가 실패해 6,29가 있어야 했고, 6.29가 실패해 지금의 거사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번의 거사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 최후의 시민혁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상황입니다. 승리에 도취된 탓에 자제가 불가능하고 거의 일상화된 시위가 남용되고 아무 요구나 마구 내놓으면, 경제 파탄이나 사회 혼란이 수습되지 않고 더욱 격심해집니다. 국정 담당 능력은 묻지 않고 선동가를 따르고, 인기주의를 바람직한 민주화라고 착각하면 더욱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러면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세력이 복귀할 명분을 얻고, 질서와 안정을 바라는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재집권할 수 있습니다. 얼마 뒤에 제4차 거사를 다시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러면 발전이 있는 것보다 시간 낭비의 손실이 더 큽니다.
국내의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할 고도의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나서서 이번 거사는 역전되지 않는, 제4차 거사가 필요하지 않는 최후의 시민혁명이게 해야 합니다. 이제는 열정보다 분별이, 목소리의 크기보다 생각의 깊이가 더욱 소중합니다. 이승만ㆍ박정희 시대의 전기 대한민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후기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야 민족ㆍ민주ㆍ민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새 시대를 열어, 통일을 바람직하게 이룩하고 세계사 발전의 선두에 나설 수 있는가?
시위의 함성이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정권을 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이에 관해 어느 정도 생각할 능력과 시간이 있는지 걱정입니다. 뜻 있는 사람들이 누구나 노력을 아끼지 말고 필요한 설계도를 만들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나는 <<한국의 시대가 오는가>>라고 하는 책을 써내 토론을 청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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