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원고를 넘기는 저자는 없습니다. 원고를 출판하려면 편집자가 손을 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예외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우는 저자의 원고가 부실한 편이어서 편집자는 할 일이 더 많은데 여건이 미비하고 역량이 모자란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출판의 양적 확대가 질적 향상을 따르지 못합니다. 양쪽 다 분발해야 합니다.
편집자가 할 일을 문의했으로 한쪽만 대답하겠습니다.편집자는 원고의 표기법이나 문장을 바로잡아 출판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잡을 사항이 단순하지 않고 내용까지 건드려야 하는 경우에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내용이 틀려 고쳐야 할 것은 편집자가 지적하면 저자가 책임 지고 고쳐야 하는데, 저자의 성의나 역량이 모자라면 편집지가 저자가 할 일까지 해야 합니다. 편집자가 먼저 구상하고 어느 정도의 개요까지 작성한 다음 적적한 저자를 찾아 전문지식을 보충하고 이름을 빌리는 이른바 기획출판도 있습니다. 출판이 발달한 나라 특히 일본에서 판매에 성공하는 책은 대개 이렇게 해서 탄생합니다. 이 세 경우에 편집지의 역량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내 경우를 들어 봅시다. 낸 책에 틀린 곳이 많아 독자에게 참으로 미안한데, 전적으로 저자의 책임인 것은 아닙니다. 편집자가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위안하면서도 계속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다 고쳐 새로 내고 싶의나 고치면서 또 틀릴 것이고, 새로 내면 팔릴 것은 아닙니다.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책을 더 쓰려고 하니 겁이 나기부터 합니다. 죄를 더 짓지 않기 위해 절필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특단의 조처를 해서 후회 없도록 한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한국문학통사>> 제4판만은 잘못 된 데가 없도록 하기 위해, 아주 치밀정확하고 전문 지식이 출중한 소장학자를 출판사에서 비상근 전담 편집위원으로 채용하는 조전으로 원고를 넘겼습니다. 뜻한 대로 되어 저자가 할 일까지 편집지가 대신해주는 혜책을 누렸습니다. <<세계.지방화시대의 한국학>> 나중 것들은 많은 제자가 참여해 저자와 편집자가 할 일을 해주도록 하고 있으나 미안해서 계속 사용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편집자가 할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작업 분량이 줄어들고 대우가 향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발휘하는 데는 지장이 있기만 해야 여건 개선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오자를 고치기 위해 거듭 살펴야 하는데, 눈이 말을 듣지 않아 고민입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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